- 기준금리 9개월째 동결에도
- 4대銀 예금금리 0.07%P 인하
- 일부 은행 0%대도 속출 불구
- 주택담보·신용대출은 상승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9개월째 연 1.50%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0%대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의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초저금리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금리 결정 자율화' 방침 등에 힘입어 대출금리만 슬그머니 올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4일 본지 취재팀이 한국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 등의 공시 자료를 토대로 은행권(시중·지방·특수)의 예금(1년 만기 기준) 및 대출 금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 11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6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집계한 평균 금리(1.67%)보다 0.07%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한은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기관의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봐도 지난 1월 말 국내 전체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금리는 1.65%로 전월(1.72%)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일부 은행의 금리는 바닥 수준인 0%대까지 내려갔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KB퇴직연금정기예금'의 금리를 1.05%에서 0.85%로 낮췄다. 은행권의 1년 만기 예금상품이 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에 100만 원을 맡겼다면 1년 뒤 이자로 8500원만 받게 된다는 의미다. 6개월 만기 상품을 봐도 부산은행('메리트정기예금')과 전북은행(정기예금)의 금리는 각각 0.90%와 0.80%에 불과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갈수록 오르고 있다. 은행권에서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 25개 상품(분할상환 방식)의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19%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은행권의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2.99%)보다 0.2%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개인 신용대출 상품 16개의 평균 금리도 4.55%에 달했다. 특히 광주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6.31%로 국내 전체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경남은행의 금리도 4.97%로 한국씨티은행(6.23%)과 대구은행(5.25%)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현재 은행들은 예금금리 하락에 대해 "(예금금리 산출의 기준이 되는) 시장 채권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올해 금융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기조가 '금리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정해진 것과 맞물려 은행들이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