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주권'이라는 명제에서 볼 때 어떤 나라에서든 농업의 중요성은 막중하기 그지없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의 경우 제대로 농업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농업입국'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두었으며 이런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첨단 과학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정부도 미래 100년을 바라보면서 농업정책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본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및 농업관련 기관의 노력을 살펴본다.
- 젊은 층 귀농·귀촌 늘고 있지만
- 농사 외 할 일 없어 만족도 적어
- 6차 산업 통한 새 수익틀 필요
- 농식품부, 올 2046억 예산 지원
- 일자리 3000개 등 만들 계획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6차 산업 전도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6차 산업이 뿌리내리지 않으면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미래에 암울한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정권 출범 때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 |  |
|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관계자들이 지난달 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매장에서 '6차 산업'을 접목해 만든 농축산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
6차 산업이란 농림수산업(1차)과 제조·가공업(2차), 서비스업(3차)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이다. 예컨대 이제는 농촌도 과거처럼 쌀 재배나 가축 사육과 같은 1차 산업으로만 경제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농축산물 가공·판매(2차), 숙박 체험 등이 들어간 관광 프로그램 도입(3차) 등을 합쳐 새로운 수익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농식품부가 6차 산업 활성화에 사력을 기울이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농축산업에서 신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의 86%는 1차 산업 만을 영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차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3.6%에서 2008년 2.4%, 2014년 2.3% 등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6차 산업 육성은 젊은 인력을 농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농촌지역에는 귀농·귀촌 바람을 타고 젊은층의 유입이 늘고 있다. 2010년 귀농·귀촌을 한 사례는 4087가구였으나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2013년 3만2424가구, 2014년 4만4586가구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기존의 농사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귀농·귀촌에 대한 젊은 층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 지역단위 6차 산업화 시스템 20곳, 6차 산업 창업 550곳을 구축해 일자리 3500개를 만들 계획이다. 또 체험 공간이나 산악 레저시설 조성 등을 통해 내국인 1000만 명과 외국인 10만 명을 농촌으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올해 지원되는 예산은 ▷농촌자원복합화 1567억 원 ▷6차 산업 창업지원 136억 원 ▷농촌관광 활성화 지원 119억 원 ▷향토산업 육성 224억 원 등 총 2046억 원이다.
농촌지역의 6차 산업 활성화에 꼭 필요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접목도 농식품부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7월 경남 하동의 청학동에서 '기가(GIGA) 창조마을' 선포식을 가졌다. 초고속 네트워크와 지역 맞춤형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와 시골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농업 생산성 및 소득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미다. 또 올해 말까지 경남 함안군에는 '법수권역 창조마을'이 들어선다.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농촌의 교육, 의료, 복지 등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농식품부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성과가 적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일부 수정한다. 그동안에는 개별농가 차원에서 6차 산업화가 진행돼 왔지만 앞으로는 지역단위에서 특정 품목의 생산→가공→유통→수출→관광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농촌 관련 정부기관끼리 협조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혼선이 생긴다는 지적과 관련, 각각의 업무와 역할을 정리하기로 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