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험 상품 투자자 주의 필요
- H지수 다시 급락 땐 패닉 우려

올해 초 중국의 증시 폭락 등으로 침체됐던 국내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을 주축으로 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올해 들어서만 4조 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중국 증시와 국제유가 등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등이 언제든 급락할 수 있는 데다 파생결합증권 자체가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눈앞에 보이는 지수 상승세만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들어 4조702억 원 자금 유입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지난해 12월 31일 98조4090억 원에서 지난 3일 102조4792억 원으로 올 들어 82거래일 동안 4조702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전 82거래일 동안의 증가액인 3조3005억 원(2015년 9월 4일 95조1085억 원→12월 31일)보다 7697억 원 많은 것이다. 상품별로는 ELS의 발행 잔액이 70조4190억 원으로 68.7%를 차지했다. 원유·금·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는 32조602억 원이었다.

2003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파생결합증권은 국내외 주가(ELS)나 금·국제유가·금리(DLS)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이들 기초자산이 정해진 조건(일정 수준 이상의 주가 상승 등)을 충족하면 약정된 수익률을 보장받는 구조다.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은 2010년 말까지만 해도 22조40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2년 말(51조6000억 원)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한 이후 올해 2월 5일(100조1057억 원)에는 100조 원을 넘어섰다.

연초 중국의 증시 폭락과 국제유가 하락 등 파생결합증권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있었는데도 발행 잔액이 4조 원 넘게 급증한 것은 중국 증시 등이 연초 부진을 딛고 3월부터 안정세를 보인데다, 기초자산 가격이 낮아진 것을 오히려 기회로 여긴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지난 3월 14일)에 맞춰 각 증권사가 판촉용으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S의 일종)를 경쟁적으로 발행한 것도 발행 잔액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별로는 이 기간(2015년 12월 31일~지난 3일) NH투자증권에 가장 많은 15조7979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래에셋대우의 발행 잔액도 12조4813억 원에 달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9조6147억 원) ▷미래에셋증권(9조6075억 원) ▷삼성증권(9조438억 원) ▷하나금융투자(8조2248억 원) ▷한국투자증권(7조5923억 원) 현대증권(6조9196억 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당국 시장 위험요인 집중 점검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은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상품의 성격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도 적지 않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H지수)를 포함한 중국 관련 주가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H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자들은 해당 지수의 상승 흐름만 보고 무작정 투자하기보다 신중하게 따져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부터 2월 중순까지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급락하자 국내 ELS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우려로 패닉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도 100조 원을 돌파한 파생결합증권 시장에 위험 요인이 없는지 등을 올 한 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ELS 등을 적절하게 설계·운용·관리하는지를 중점 검사할 방침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