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정책 주도 노르웨이의 힘
- 난센의 활동·성과서 비롯돼
- 115년된 생가 그대로 활용
- 러시아 자원정책 등 주로 연구
- 이사국 '북극 보존 합의' 과제로

'100여 년 전 난센은 북극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예견한 걸까.' 극지 개척의 역사와 함께 보존과 연구의 대상으로 유지·관리돼온 남극 대륙과 달리 최근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은 바다 자원을 중심으로 연안국의 개발 정책이 맞물린 치열한 자원 외교의 장이다. 이런 가운데 북극이사회 5개 국가 중 극지 정책을 주도하는 나라가 바로 노르웨이다.

	이달 초 한 탐방객이 노르웨이 오슬로의 프리쵸프 난센 연구소 뒤뜰을 둘러보고 있다. 이 연구소는 난센 생가에 마련됐으며, 연구소 뒤뜰에는 난센의 묘가 있다. 이승륜 기자

노르웨이는 2011년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하면서 극지 개발과 관련된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북극 관문국으로서의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환기했다.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이 나라 출신 탐험가인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1861년 10월 10일 ~ 1930년 5월 13일)의 공이 컸다.

■난센 생가 터 세워진 북극 싱크탱크

난센은 극지 자원 외교 분야에 있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인물이다. 그는 1888년 세계 최초로 그린란드를 횡단한 이후 프람(Fram) 호를 설계·건조해 북극 탐험에 나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현대 해양학의 근간을 세우고 노르웨이가 스웨덴에서 독립하는 데 공헌한 학자이자 외교관이며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이런 다방면적 활동과 연구는 난센의 타계 이후에도 그의 이름을 딴 '프리드쇼프 난센 연구소(Fridtjof Nansen Institute, FNI)'에서 60년 가까이 이뤄져 왔다.

본지 취재진은 최근 북유럽 최고의 북극 싱크탱크를 확인하기 위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서쪽 리사케르에 위치한 난센 연구소를 찾았다. 도시 외곽에 자리한 숲 속 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 도착한 연구소는 웅장한 현대식 외관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삼각형 지붕을 가진 노르웨이 전통양식의 저택이었다. 후대 학자들이 1958년 난센의 생가를 구매해 연구소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115년이 지난 건물은 이날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연구소 내부에는 난센의 청동 두상과 난로, 책장, 표구된 그림 등 집기가 가지런하게 정돈돼 있었다. 연구소는 난센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국제 협력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국제 구호단체 활동이나 어획량 책정에도 의견을 제시한다.

■북극 외교 공동규칙 수립이 숙제

특히 연구소는 러시아의 외교 및 자원 정책 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아 연구한다. 최근 러시아 내 원유 등 천연자원 채취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관련 기술 산업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수년 전 러시아와 북극 연안국은 바렌츠 해를 중심으로 북극해 자원 개발에 눈을 돌렸다. 현재 러시아는 노르웨이 스타트오일 등 다국적 기업과 협약을 맺고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가 중심이 돼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북극이 미래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개발의 채산성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7년 바렌츠 해 가스 개발을 위해 북극 연안국이 공동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2012년 이후 주춤하다. 셰일 자원 개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크림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가 비화하면서 각국 공동의 오일 프로젝트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조만간 다시 북극해를 둘러싼 연안국의 자원 개발 열기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관측이다. 북극 자원 개발이 절실한 러시아와 기술력을 가진 각국 다국적 기업의 협력이 가져올 파급 효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보존 논리가 중시되는 남극과 달리 북극은 개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소 애릴드 모에 수석 연구위원은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 이사국이 자국 이윤만 추구하는 까닭에 북극 보존 합의를 못 하고 있다"며 "강제력이 떨어지는 북극이사회의 위상 개선을 위한 제언을 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오슬로=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