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해 석유 발견 이전까지는

- 대구잡이가 국가 경제 떠받쳐

- 잡힌 대구 베르겐서 주로 거래

- 지금도 어시장 등 그 흔적 남아

- 탄탄한 내수시장 등에 업고

- 해외시장 공략 눈부신 성장

2020년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 세계 수산물의 35% 이상이 북극해에서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한 북극 연안국들은 일찌감치 북극해를 거점으로 수산업을 키워왔다. 북극권 국가인 노르웨이 역시 북극해 일부인 바렌츠 해를 발판 삼아 세계 최대의 수산국이 됐다. 바다 자원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극해 자원 개방은 전 세계 수산업계에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산물 소비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게는 늘어난 자원이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각국 수출 시장을 공략하며 점유율을 확장해온 노르웨이 수산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저력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노르웨이 수산업을 뒷받침해온 내수시장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잡이가 국가 경제 뒷받침

이런 노르웨이 수산업의 발자취를 확인한 것은 지난달 말 북부 항구도시 보되에 있는 노를란박물관에서였다. 1903년 지어져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의 1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1816년부터 시작된 노르웨이 전통어업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말린 대구가 걸린 실물 크기의 덕장이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노르웨이 대구 어업은 1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1971년 북극해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바렌츠 해 대구' 조업이 노르웨이 경제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노르웨이 대구 조업량은 연간 41만7455t(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생선 어획량의 18%를 차지한다. 그 결과 노르웨이는 지난해 9억5000만 달러치(20만5935t)의 대구를 수출했다.

그 최초 거래의 현장은 보되에서 후르티루텐 연안 크루즈를 타고 피오르를 가로질러 6시간 걸리는 로포텐 제도의 북극권 도시 스볼바르다. 매년 대구 조업이 집중되는 2~4월이 되면 어부들은 로포텐 제도 곳곳에 조업물을 가져와 파시를 형성한다. 취재진이 스볼바르 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밤 10시였지만,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 때문에 곳곳에서 삼각 형태의 대구 덕장을 볼 수 있었다.

■내수시장 저력 해외시장 공략 동력

13~17세기에는 대구가 잡히면 모두 남쪽의 베르겐으로 보냈다. 당시 독일 북부 연안과 발트 해 연안의 도시 사이에 이뤄진 한자동맹에 따라 어획물을 이곳을 거쳐 유럽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다. 이후 수산 도시 베르겐의 명맥은 어시장으로나마 300년 이상 유지돼왔다. 이곳 노천 어시장에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초밥, 연어 훈제, 킹크랩·대구 구이 등 요리와 연어 상어알 게 대구로 만든 페이스트, 소스 등 가공품을 저렴하게 판다. 인근에 현대식 건물이 지어져 노천시장과 비슷한 기능을 했다. 건물 2층에는 관광정보 센터가 있어서 관광객이 쉽게 어시장을 찾을 수 있다. 퇴근길 어시장이나 개별 수산물 전문 매장에 들러 생선 식재료를 사는 주부가 많다는 게 상인 안드레이 포크 씨의 설명이다.

1929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어묵 전문점 '소스트렌 하겔리어'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에서 어묵을 간식처럼 파는 것과 달리 이곳은 소스와 감자튀김, 채소를 곁들여 어묵을 한 끼 식사 제품으로 내놓는다. 어묵 수프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손님도 보였다. 현지 코디인 엘리자베스 베르그키스트 씨는 "수산물 소비가 일상적이다 보니 항구지 주민의 상당수가 수산물 가공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수시장 경험과 저력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원동력이다. 우리나라 고등어시장만 보더라도 마케팅 조직인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순 살 상품을 내세워 점유율(2월 기준 23%)을 확대한 데다 소포장으로 전년 대비 800%의 매출 상승률(4월 기준)을 기록했다. NSC 관계자는 "나라별 기호에 따라 제품, 마케팅을 달리한다"고 시장 공략 방침을 밝혔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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