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케미칼 등 대형종목도 급등

- 브라질·러시아펀드 수익 좋아져
- 변수 많아 추격매수는 신중해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 감축 합의로 국제유가가 연일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하면서 동남권 상장사를 포함한 정유·화학 관련 종목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감축 합의가 이뤄진 지난달 말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의 12월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리스크들이 곳곳에 잠복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라는 단비를 만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제유가의 추가 반등과 관련해서는 업계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이들 종목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남권 정유·화학주 함박웃음

2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RX 업종코드상 '기타 화학제품 제조업'과 '석유 정제품 제조업'에 속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상장사들의 최근 일주일간 주가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강세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15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지난 20일 미원화학(울산)의 주가는 7만2700원으로 일주일 전인 13일(6만9400원)과 비교해 4.76% 상승했다. 이 상승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1.25%)보다 3.8배나 큰 것이다. 조광페인트(부산)와 석유 화학제품 전문업체인 한국알콜(울산) 역시 각각 2.58%(1만1650원→1만1950원)와 2.26%(9740원→9960원) 올랐다. 이 밖에 ▷케이에스씨비(경남·2.09%) ▷KG케미칼(울산·2.08%) ▷제이씨케미칼(울산·1.75%) 등도 2% 안팎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이후 정유·화학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상승 등으로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팔고 남은 이익)이 개선돼 정유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31달러(2.6%) 오른 배럴당 51.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7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S-Oil(4.76%)과 SK이노베이션(2.88%), LG화학(8.89%) 등 대형 종목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2만5450원에서 2만8600원으로 12.38%나 상승했다.

■'추격 매수'는 신중히 결정해야

주식 투자뿐 아니라 유가 흐름에 따라 국가재정 수준이 달라지는 브라질과 러시아 관련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브라질 펀드의 주간 수익률은 3%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았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의 분석 자료를 봐도 운용순자산 10억 원 이상(운용기간 2주 이상) 공모펀드 중 올해 누적 수익률(지난 19일 기준)이 가장 높았던 것은 브라질 펀드(60.53%)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브라질의 재정 부실이 심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덕에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의 지속을 기대할 수 없거나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유·화학 종목에 대한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가 최근 애널리스트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22명(61%)은 WTI 선물가격의 하락을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국제유가가 앞으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정유정 연구원은 "OPEC 회원국 간 생산량 쿼터에 대한 합의안이 실제로 나오기까지는 장애물이 많다"며 "올해 4분기 미국 원유의 재고 증가와 달러 강세 등이 국제유가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