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창업하려는 청년창업가에게 1억 원은 적잖은 자금이다. 부산의 민간 영역에서 조성된 창업 관련 펀드만 1870억 원에 달한다. 평균 스타트업 지원액인 1억 원씩 투자한다고 했을 때 1870개나 되는 스타트업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스타트업 평균 직원이 5, 6명인 것을 고려하면 1만 명의 새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사업성을 인정받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할 때는 100여 개 이상 업체(각 15억~20억 원 기준)에 투자할 수 있다.

이른바 '착한 투자'로 불리는 엔젤투자 열기가 부산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창업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엔젤·벤처투자 법인이 지난해 부산에서 4개나 만들어졌으며, 12개에 달하는 엔젤 클럽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에 달했을 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부산에서 '창업 르네상스를 열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목재 섬유 화학 고무 철강 등 다양한 기업을 세워 대한민국 경제 부흥과 수출 증대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했던 부산 1세대 창업가들의 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산지역에는 14개 펀드 1870억 원 규모의 벤처 펀드가 조성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전체 벤처 투자액인 1조8526억 원의 10%가량에 불과하지만 부산이 수도권 중심 벤처 투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엔젤투자 분위기도 한껏 고무되고 있다. 2012년부터 하나둘 등장한 개인 투자 형태의 엔젤 클럽은 4년 새 12개나 생겼다. 이들 클럽에서 활동하는 지역의 '착한 투자자'는 155명에 달한다. 엔젤투자를 전담하는 법인체가 설립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모기업 선보공업에서 자회사 형태로 분리된 투자 법인이다.

이처럼 창업부터 성장 단계별로 별도의 전문 투자자가 생기면서 선순환 고리도 정착되고 있다. 부산지역 중견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뛰어든 창업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이나 상장을 도우며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스타트업에서 어엿한 벤처기업 CEO로 성장한 기업인은 다시 창업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투자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제도 있다. 민관이 함께하는 창업인큐베이팅 시스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장 전문가들은 부산의 창업투자 열기에 환호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부산테크노파크 사업지원화팀 실무자인 남병혁 차장은 "이르면 3년 이내에 기존 제조업과 창업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된 형태의 유망 사업체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