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사회 취업난 이공계로 확산

부산지역 기술직 공무원 응시자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기술직렬의 대표 격인 기계·전기·화학공학 부문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늘어남에 따라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여파가 공대 등 이공계에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본지 취재진이 부산시 기술직 공무원 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시 9급 기술직렬 응시자 수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급 기계 직렬 응시자 수는 2012년 81명을 시작으로 ▷2013년 114명 ▷2014년 143명 ▷2015년 235명 ▷2016년 374명으로 5년 사이에 네 배를 훌쩍 넘겼다. 전기와 화학공학 부문도 마찬가지다. 전기 응시생은 같은 기간 99명에서 248명으로, 화학공학 응시생은 2012년 37명에서 2016년 120명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 기준 기계·전기·화학공학 부문 선발 인원은 각각 ▷24명 ▷11명 ▷4명이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 9급 행정직은 468명 모집에 1만1215명이 응시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겪던 취업난이 이공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조원달 일자리창출과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과대 전공자들이 전통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데다, 연봉 수준도 높아 공무원 시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최근 5년 동안 공학 직렬 응시자 수가 급증세를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시생 가운데 중소기업에 가는 것보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실제로 이 같은 인식은 통계청 자료에도 드러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부산 지역 제조업체 구인 인원은 6896명이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5484명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 제조업 종사자가 15만6583명인 가운데 부족 인원은 3592명, 부족률은 2.2%에 달했다.

기계직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정상문(28) 씨는 "스펙을 쌓아가며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대기업 입사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경쟁률이 낮은 공무원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