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업체 파악 감염IP 4000개
- KISA에 관련 문의 쏟아지는데
- 보호나라는 접속 폭주·마비
- 행동요령도 어려워 이용자 불만

세계 150개국에서 발생한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로 국내 기업 8곳이 감염 피해를 입은 것으로 공식 파악됐다. 이는 상당수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등이 마비된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피해 규모다.

15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대규모 랜섬웨어 공격과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랜섬웨어의 변종 프로그램이 새롭게 등장한 데다 국내 IT 보안 당국의 대응도 일부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유럽 등지에서 랜섬웨어 공격이 본격화된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이날 오후까지 KISA에 감염 피해를 정식 신고한 국내 기업은 8곳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관련 문의를 한 기업 21곳 중 40% 정도가 실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나머지 13곳은 감염이 의심되고 있다. 감염 의심 기업 중에는 CJ CGV가 포함됐다. CJ CGV는 문의만 했을 뿐 피해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주말을 지나 한 주가 시작되는 이날(월요일)부터 한국에서도 감염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피해 규모가 우려한 것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공식 집계로 볼 수 있는 민간 보안업체 등에서의 피해 접수 사례나 전화를 통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KISA의 118 전화 상담센터를 통한 랜섬웨어 관련 문의는 이날 오후 3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IT 보안업체 '하우리'가 파악한 국내 랜섬웨어 감염 IP(인터넷 주소)는 4000개 이상이다. 특히 이 중 70%는 자영업자 등 개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는 사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의 변종 프로그램도 약 280종이 등장해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로 보안 전문가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메인(인터넷 주소)을 계속 바꾸는 방식으로 기업의 PC 등을 노리고 있다. 보안 당국의 대응도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KISA의 보안 전문사이트 '보호나라'는 이날 오전 내내 '부분적 먹통' 사태를 겪었다. 이용자들의 접속 폭주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KISA가 한국의 대표적 IT 보안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와 같은 돌발 사태를 사전에 대비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ISA가 지난 14일 저녁 '보호나라'에 긴급 공지한 '랜섬웨어 관련 대국민 행동 요령'도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 "설명을 봐도 모르겠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