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브랜드로 인허가 규제 해소
- 공장·교육시설 만들어 마케팅도
- 일각 "메이드 인 차이나 역효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타격을 입은 지역 화장품 업계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섰다. 특히 위생 인허가 요건 강화에 따른 홍역을 치른 터라 차제에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어 중국 내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자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탈모방지샴푸 제조업체 A 사는 중국 유통망을 뚫어 자체 브랜드를 공급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전략을 일부 수정해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업체는 앞으로 중국에 법인을 만들어 자체 브랜드를 유통하는 OEM과 함께 중국에 별도의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의 ODM을 통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A 사의 고민은 사드로 촉발된 중국 당국의 위생 허가 관련 규제 때문이다. 국산 화장품에 대해 중국 당국이 관련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A 사는 중국 내 화장품 제조 공장과 제휴해 원료를 수출하고 공장에서 제조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 별도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므로, 중국 위생허가를 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드와 같은 유사한 외교적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 전략은 효과적이다.

사드 이전에 발빠르게 중국 위생허가를 획득한 천연화장품 제조업체 B 사는 보다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사는 다음 달 중국 판진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 업체는 아예 중국에 자체 브랜드 생산 시설을 만드는 한편, 피부 케어 센터와 피부 교육 시설을 만들어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들어갈 방침이다. B 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뒤 국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드와 같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ODM 전략 등으로 현지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박태옥 사무차장은 "화장품 업계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위생허가 등 인허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 수출보다 ODM 등 중국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위생허가 획득 만을 위해 중국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박성일 수출지원팀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와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가 가질 경쟁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