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 규모가 7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나 고용, 주주 배당 등에 사용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보금의 사회 환원 등을 유도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무용지물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기업경영 분석 업체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30대 그룹 소속 178개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별도 기준) 기준 유보금은 지난 3월 말 현재 691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이들 상장사의 유보금은 '2012년 말 515조4000억 원→2013년 말 557조7000억 원→2014년 말 602조4000억 원→2015년 말 655조 원→지난해 말 681조 원' 등 최근 5년간 무려 176조1000억 원(34.2%) 급증했다. 유보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도 2012년 말 1003.4%에서 올해 3월 말 1223.8%로 220.4%포인트나 치솟았다.

사내 유보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고 남은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에서 생긴 자본잉여금을 합친 것이다. 대기업들은 "곳간에 쌓아놓은 현금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는 임금 인상이나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룹별로는 삼성 상장사들의 유보금이 지난 3월 말 기준 219조5000억 원으로 2012년 말보다 65조 원(4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유보금은 43조4000억 원(55.5%), SK그룹과 LG그룹은 각각 28조1000억 원(66.2%)과 9조9000억 원(25.5%) 늘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