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 막말·가짜홍삼 파문
- 오너 리스크에 매출 회복불가
- 대표 맡았던 아들도 해임

- 대주주 직접 경영개입 결정
- 신임 대표에 박창환 이사

부산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천호식품이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리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25일 천호식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김지안 대표를 해임하고 신임 대표이사에 박창환 이사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천호식품 대주주인 사모펀드 카무르파트너스가 임시로 파견한 대표이사다. 창업주이자 지난 30여 년간 천호식품의 ‘얼굴’ 역할을 했던 김영식 전 회장이 올해 초 ‘가짜 홍삼’ 파문의 책임을 지고 회장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그의 아들인 김 전 대표마저 해임되면서 천호식품의 오너 경영 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천호식품은 김 전 회장이 출연한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광고로 잘 알려진 건강식품기업으로, 1984년 설립됐다. 외환위기 당시 도산 위기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1998년을 기점으로 건강식품사업에만 매진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2014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777억 원에 달하는 부산의 대표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천호식품은 201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국내 바이아웃 전문 PE운용사 카무르파트너스가 에이콘제1호, 밸리치더블케이 등을 통해 천호식품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 49.5%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최대주주 자격을 얻은 후에도 김 회장 일가에 계속 경영을 맡겼다. ‘천호식품=김영식’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천호식품은 ‘오너리스크’로 휘청이기 시작했다. 김 전 회장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1월에는 가짜 홍삼 농축액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등기이사 및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의 퇴진 이후에도 김지안 대표가 회사의 얼굴 역할을 했으나, 가짜 홍삼 파문 이후 줄어든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카무르파트너스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천호식품은 지난해 68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0.9%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 전 회장 일가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분 일부를 보유 중이다.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는 각각 8.5%와 2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일가는 경영에 다시 참여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다만, 창업 일가이자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호식품은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 경영 정상화와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