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근해 어획량 감소·소비 위축
- 양식업으로 전환도 어려워
- 수입산에 시장 잠식 ‘사중고’

- 문 대통령 ‘클러스터’ 공약 맞춰
- 시 ‘수산식품 헤드 타워’ 계획
- 인프라 연계 ‘시푸드밸리’ 조성

부산 수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글로벌 수산물 시장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부산은 잡는 어업과 내수형 단순 가공에 여전히 치중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외쳤지만 변한 것이 없다. 국내 수산물 소비는 점점 위축되고 식품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를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화가 우리 일상에까지 다가왔지만 부산 수산업은 1, 2차 산업의 벽을 못 넘고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 수의과학계류장(혈청소) 부지에 조성될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 타워’ 조감도. 부산시 제공

■성장하는 세계수산업… 부산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지난 7월 발표한 ‘Agricultural Outlook 2017-2026’ 보고서는 향후 전 세계의 수산물 생산은 해마다 1%, 소비는 1.4%, 교역량은 1.5%, 교역가격은 0.8%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1억6830만ｔ)의 88.4%가 식품으로 소비되고 있으나 2026년에는 이 비중이 91.5%까지 높아져 전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21.6㎏에 이른다. 앞으로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35%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수출되고, 이 중 아시아 국가들이 수산물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10년간 농축수산물 가운데 양식 수산물이 단백질 공급원 중 가장 빠르게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어획량이 줄어 지난해 44년 만에 연근해 어획량의 상징적 하한선인 100만 t이 붕괴됐다. 어획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수산물 생산금액도 최근 4년간 3조7000억 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양식업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진 부산은 상황이 심각하다. 부산이 국내 어획량의 90%를 책임졌던 고등어의 경우 상반기 노르웨이 수입산 물량(2만1613ｔ)이 우리나라 어획량(1만6679ｔ)을 넘어서면서 한정된 파이조차 뺏기고 있다. 수입 수산물 공세에 설 자리를 잃은 생산자, 국내산을 창고에 보관하는 유통업자 등 관련 산업 종사자들까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수산 하드웨어, 실속 채워야

부산의 수산업은 침체에 허덕이지만 수십 년간 국내 수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구축해 온 수산 인프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집중화돼 있다. 수산대국 일본은 잡는 어업, 기르는 어업, 유통, 가공 기술 모두 우리보다 앞서지만 인프라가 전국에 흩어져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발전했다. 부산처럼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도시는 없다. 부산은 대형선망과 대형기선저인망의 근거지로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이 전국으로 유통된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원양산업의 모항이기도 해 어획물 대부분이 부산을 거쳐 간다. 수입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2008년 완공된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은 최근 돌제 부두 공사를 완료하고 대형어선들의 물량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로 옆 수산업선진화가공단지에는 48개 업체가 모두 입주했다. 신평장림공단 내 장림피혁단지에는 어묵공장 등 수산물 가공업체 55개가 입주해 수산가공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현재 기본설계를 앞두고 있고, 자갈치 수산명소화 사업은 본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잡은 물고기들을 가공해 고부가가치를 얻지 못하고 전국으로 단순 분산시키며 어묵, 맛살, 젓갈 등을 가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소프트웨어가 따라주지 못한 탓이다. 부산 수산업의 돌파구는 다양한 상품을 고부가가치화해 전국으로 유통, 수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부산이 전국 최대 수산 도시인 만큼 부산이 돌파구를 마련해야 국내 수산업도 활기를 띨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전경.

■ 마지막 도약 발판, 수산식품 클러스터 Head Tower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지역 공약 8개 중 중 7번째로 ‘국가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내세웠다. 새 정부의 공약에 맞춰 부산시는 소프트웨어를 담당할 기관인 ‘수산식품 클러스터 Head Tower(헤드 타워)’를 1097억 원을 들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부산의 수산 인프라를 묶어 ‘시푸드밸리’를 만들고 4차 산업화에 맞춰 내수형, 단순가공 중심의 국내 수산식품산업을 고도화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오는 12월께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할 방침이다.

부산보다 먼 저 예타 조사를 받는 곳이 있다. 전라남도는 이낙연 현 총리가 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수산식품 수출단지 조성’을 적극 육성, 전남 목포 대양산업단지에 1000억 원대의 수산물 유통을 비롯한 가공 연구 지원시설 등을 종합한 클러스터형 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 타워

- 지원센터·연구소·기업 수출 등 지원

부산시는 서구 암남동 수의과학계류장(혈청소) 부지에 연면적 2만7305㎡로 ‘수산식품 클러스터 Head Tower’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간 부산 서구와 사하구를 중심으로 구축된 수산 인프라를 Head Tower 중심으로 묶고 ‘시푸드밸리’를 만들어 국가 수산식품산업의 글로벌화와 고도화를 견인해 부산의 수산식품산업을 수출 주도와 고부가 첨단 식품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Head Tower는 ‘클러스터 지원센터’와 ‘수산식품연구소’ 두 기관이 축을 이룬다. 지원센터는 연면적 1만2611㎡, 사업비 550억 원의 규모로 들어서 수산 관련 산·학·연·관 기관들의 네트워크 중심이 돼 기업의 수출, 창업, 마케팅 지원을 맡는다. 주요 기능으로 ▷각 기관의 협력 협의체 운영 ▷수출 시장 정보제공 및 컨설팅 ▷기업애로사항 해결 등 창업지원 ▷인재 육성 및 관리 ▷원료 조달부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점을 해결하는 식품 가공 컨설팅 등을 하게 된다.

수산식품연구소는 연면적 1만1694㎡, 사업비 395억 원의 규모로 들어선다. 주요 사업은 ▷수산식품 원료 특성, 영양·기능성 등 기초 원천기술 연구 ▷수산식품의 4차 산업화와 소비 패턴 대응 ▷고부가가치 식품개발 등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농어업 공약 발표 당시 “수산식품 수출 가공단지를 조성하고 수산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수산업과 식품산업만을 전담하는 연구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수산식품연구소의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시는 연구소 설립부지를 지원하고, 수산과학원이 연구소 설립과 운영을 맡는다.

시는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후 2019년 기본 및 실시설계, 2020년부터 조성 및 건축공사를 진행해 2022년 조성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