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교란을 막고 바다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선박 평형수 협약이 발효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규정을 적용하고 단속할 검사관이 부족해 혼란이 예상된다.

1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평형수 관리 협약’이 지난 8일 발효됐다. 선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좌우 탱크에 채우는 평형수인 외국의 바닷물이 국내 해역에 유입되면 유해 수중생물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 이를 막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선박 평형수 협약으로 현재 운항 중인 400ｔ 이상 국제 항해 선박은 최장 2024년까지 평형수 소독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협약 이후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은 협약에 따라 이 설비를 갖춰야 한다. 아직 장치를 설치하지 못한 대부분의 선박은 먼 바다에서 바닷물을 새로 바꿔 채운 뒤 관련 기록을 남겨야 한다.

문제는 플랑크톤 같은 수중 미생물이 평형수와 함께 이동해 토착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실제 1988년 미국 오대호에서 흑해에 서식하는 홍합의 하나인 얼룩무늬담치가 발견돼 토종 담치가 사라지기도 했다. 당시 원인은 흑해에 다녀온 선박에서 배출한 평형수였다.

협약 발효에 따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도 외국항을 떠나 부산에 들어온 선박의 평형수를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검사관 중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운영·보수·유지 능력이나 협약에 대한 내용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다. 또 본선에서 선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국내 교육기관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인력 증원에 대한 계획도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한선 해사안전연구실장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검사관이 선박 평형수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평형수 관리가 안 되면 변형 외래종을 먹는 날이 올 수도 있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평형수가 중점 검사 대상이지만 국제해사기구에서 초기에는 계도기간을 갖도록 권고해 서류·기록 위주로 점검할 예정이다. 시행 초기라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검사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