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주축 … 정부·기업 동참
- 수입한 농산물·신기술 접목
- 세계 2위 푸드 수출국 올라

- 부산 수산기업 연구개발비
- 매출액 대비 0.08% 그쳐
- 경쟁사 제품 베끼기 급급

- 니조연구소 맞춤형 프로젝트
- 기능성 식품·의약품 만들어
- 부산 수산硏 설립 때 참조를

세계에서 국가 면적이 135위인 네덜란드(4만1543㎢)가 2015년 농산품 740억 유로(98조 원)를 수출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9만9720㎢) 면적의 절반도 되지 않고 인구도 1708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가 수십 배의 국토와 인구를 가진 중국 브라질 등의 농식품 수출국까지 뛰어넘은 비결은 뭘까. 그 밑바탕에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85㎞ 떨어진 바헤닝언(Wageningen) 시를 중심으로 주변 8개 도시에 걸쳐 구축된 대규모 식품클러스터인 ‘푸드밸리(FoodValley)’에 있다.

	바헤닝언 대학의 연구센터 중 식품 및 바이오유래 연구소의 내부 모습. 연구소는 세계적 기업, 정부 및 공공 기관, 다른 연구소 등과 함께 식품 개발과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코카콜라와 협업해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용기를 만들어 31개국에서 유통하고, 다농(Danone)의 요거트 용기를 식물유래 성분으로 바꾸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푸드밸리의 시작과 끝, 연구개발

2016년 영국 QS 대학평가에서 농·임학 부문 1위를 기록한 바헤닝언 대학(Wageningen University)은 세계적인 농업교육과 연구기관으로 인정받아 푸드밸리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이 대학을 중심으로 하인즈(Heinz), 하이네켄(Heineken), 몬산토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지사와 연구소 1400여 개가 몰려 있다. 푸드밸리라는 이름은 2001년 바헤닝언대학이 식품 클러스터 육성계획을 세우면서 공식적으로 명명했다. 이후 인근 에드(Edde) 시와 네덜란드 주정부, 동네덜란드개발청 등의 기관들이 공동 출자해 푸드밸리 재단을 2004년에 설립했다. 이 재단의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 디렉터는 “재단은 푸드밸리 내 기업, 지자체, 정부, 대학 등의 교류와 의견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드밸리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바헤닝언 대학이라는 확실한 연구기반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네덜란드가 유럽의 물류 중심지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수입한 원료들을 이곳에서 연구개발한 기술들과 접목해 고부가가치 식품을 개발해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수산 R&D 가능성

부산발전연구원(BDI)이 발표한 ‘부산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부산 수산식품산업의 R&D 투자 규모는 매출액 대비 0.08%로 전국 16개 시도 중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 수산식품산업의 평균(0.085%)보다 낮은 수준이다. BDI 이선영 연구위원은 “부산의 수산식품 사업체는 10명 미만의 중소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세규모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기술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매우 낮은 실정”이라며 “웰빙 추구에 따른 안전한 고품질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식품안전관리시스템 등의 안정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업계에서는 경쟁사의 인기 제품을 모방해 인기에 편승하는 미투(me too) 제품 개발이 흔해 맛살, 쥐포스낵 등은 성분, 형태, 포장, 제품명까지 유사하게 출시되고 있다”며 “수산식품산업은 기술보호 장벽이 낮아 단순한 제품의 생산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산물 수출입 금액은 16개 시도 중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수산물이 부산을 통해 드나들기 때문에 부산에서 가공해 수익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 2015년 기준 수출액은 5억4600만 달러로 어류가 2억340만 달러(42.9%), 어육 및 어란이 1억6400만 달러(30.1%)를 차지했다. 수입액은 16억1600만 달러로 어류가 7억7000만 달러(47.6%), 어육 및 어란이 2억6200만 달러(16.2%)를 차지했다.

■수산식품연구소 벤치마킹해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푸드밸리 내 연구기관들과 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 노력이 네덜란드가 세계 식품산업을 지속적으로 선점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KOTRA는 분석 자료를 통해 “바헤닝언대학과 연구센터 그리고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니조 식품연구소(NIZO food research)를 필두로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R&D 센터들은 식품 관련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푸드밸리 입주기업들은 클러스터 내 기업들과는 물론 자국 내외 다른 유능한 식품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상생,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조 연구소는 1948년 네덜란드 낙농업체들이 식품 안정성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했다. 니조 연구소의 유르겐 스넬더스 가공 담당 매니저는 “초기에는 낙농업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기업들의 수요와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유아용 식품, 고령층을 위한 건강식, 스포츠 음료, 의약품까지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며 “기업이 연구를 의뢰해 오면 관련 전문가들로 프로젝트 팀을 꾸린 후 전문성과 정보 기밀 유지라는 원칙에 기반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 수입의 절반 이상이 해외 업체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장홍석 수산정책연구실장은 “푸드밸리의 니조 연구소와 바헤닝언 대학의 연구센터 등이 성공률이 높은 연구개발의 기초를 제공하고 비용 절감 방안 마련과 기술 보급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산시가 현재 계획 중인 수산식품연구소 설립도 이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