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자(가나다순)

▶권용범(희창물산㈜ 상무)

▶송양호(부산시 해양수산국장)

▶심길보(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 공과 연구관)

▶장석위(덕화푸드 전무)

▶장영수(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장홍석(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 책연구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지역 공약 ‘국가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맞춰 부산시는 수산식품 R&D, 산학연관 네트워크, 수출·창업·벤처 등 기업지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클러스터 헤드타워(수산식품연구소+클러스터 지원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중심으로 지역 수산식품산업을 클러스터화해 고부가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적이다. 본지는 산학연관 각 분야의 의견을 교환하고 보다 나은 개선점을 찾기 위해 각 업계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또는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


-부산시의 계획에서 강화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은.

▶장 교수=R&D, 신제품개발, 마케팅, 시장개척에 모두 돈이 필요해 기금 마련이 중요하다. 돈 없이 조직만 만들어질 경우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 민간도 당연히 참가하고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금을 마련해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성과가 있으면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 좋다.

▶권 상무=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부산에 없는 특수가공공장, 수산관련 4차산업 등 하드웨어의 부산유치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 전무=자갈치~송도~감천항~장림식품단지까지를 연결하는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교통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교통망을 구축해 물류들이 원활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관광산업까지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해와 원양의 잡는 어업 중심인 부산 수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일본의 우수한 기술 등과 비교해 부산 과 나아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장 실장=세계가 보는 부산 수산업의 경쟁우위는 수산물 유통과 물류에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이 보고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산 물류의 핵심인 냉동냉장보관, 물류산업에 부산시는 관심이 없는 듯하고 담당 부처는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국과 수도권의 대기업이 거대한 냉동창고를 짓고 우수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환적화물을 중국이 알아서 처리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장 교수=오로지 수출을 위한 표적 시장형 맞춤형 제품 개발을 할 때가 왔다. 한국이 만든 것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의 성장도, 수요, 경쟁, 선호도 등을 사전 조사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장 전무=수출 주도형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가공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현장 지도를 해줄 전문인력의 확보와 지원이 절실하다.

▶심 연구관=생선의 비린내 제거 기술은 최근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산업계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이다. 산업계에서 제품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기술개발을 반드시 해야 한다.


-‘수산물 고부가가치화’를 오랜 시간 외쳤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수산물 고부가가치화’ 사례를 꼽자면.

▶권 상무=동원산업에서 올해 출시한 참치스테이크 제품은 횟감은 되지 못하지만 캔용으로 처리하기엔 아까운 중급참치를 잘 활용한 사례로 생각한다.

▶심 연구관=어묵으로 우동 면을 만든 고래사어묵의 ‘어우동’도 상품개발의 좋은 사례로 본다.

▶장 전무=우리 회사는 명란에만 집중했다. 기존 명란젓들이 7~15%의 고염도였지만 4%대로 염분을 대폭 줄이고 ‘청주로 빚은 저염명란’ 등을 개발해 장석준 대표가 고용노동부의 대한민국 명장(수산제조 1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김에 건조명란을 붙여 ‘명란김’을 개발했다. 반응이 아주 좋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송 국장=건다시마를 ㎏당 6000원에 사서 유산균 발효 다시마 추출물로 개발해 8만 원가량에 판매하고 있고, 제약회사에서 다시마 추출물을 이용해 간기능과 기억력 개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해 판매할 경우 한층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품 개발 외에도 생산부터 유통단계의 선도 유지, 보관과 포장기술 개발 등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방법은 많다.

▶장 교수=고부가가치화는 반드시 가공을 더해야 한다는 개념보다 기존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 높은 가격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신선도 관리, 위생, 안정성 등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어시장의 현대화 사업도 지금보다 수산물 품질을 높여 공급하는 것이 목적으로 고부가가치화의 사례이자 시작이다.

▶장 실장=일본의 거대 수산기업인 ‘닛스이’의 4대 사업분야는 어업, 수산가공, 수산물류 그리고 의약품이다. 남미의 어업기업에 자본 참여를 통해 확보한 정어리를 현지에서 1차로 어유(생선기름)를 가공하고 일본 내에서는 그 어유의 순도를 99% 이상으로 올리는 2차 가공을 한다. 이렇게 생산된 고순도의 어유는 의료·약제, 건강식품 등의 원료로 공급된다. 고부가가치화가 반드시 생산·가공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어묵들이 베이커리 판매방식과 만나서 창출해 낸 가치는 부산시의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수산업을 위해 수산업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클러스터의 선진 사례로 꼽히는 곳에서는 ‘산학연관의 네트워크 구축 및 강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역할과 선결과제는.

▶장 전무=수산식품 관련 연구대학으로 부경대 외에도 신라대 경상대 제주대 등도 있다. 각 대학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연구를 각 업체와 함께 정부 지원사업과도 묶을 수 있는 종합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 실장=한국의 ‘정관장’처럼 중국에서 대추를 가지고 다양한 건강식품을 개발하는 큰 규모의 기업이 대추와 전복의 융합식품을 만드는 연구를 국립수산과학원과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기업이 세계의 어느 곳에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기업을 찾고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도 해주는 연구기능을 가진 플랫폼이 필요하다.

▶장 교수=그간 클러스터의 운영 경험이 없다 보니 현재 네트워크 구축이 잘 안 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초기에는 관과 연구소 중심의 협력체가 이뤄지고 이후 대학과 민간 연구소가, 마지막으로 민간으로 넘어가는 등의 단계론이 바람직하다.

▶송 국장=관 중심의 일방향 네트워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각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상생 의식이 네트워크 성공의 핵심이라 본다. 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성과를 정확히 평가해 성과가 없는 연구기관이나 업체는 배제하고 성과가 있는 기관과 업체에 지원을 강화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 조성이 필요하다.

▶심 연구관=예산 확보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지원체계의 구축과 함께 산업계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의 수산업 관련 제언은.

▶권 상무=좋은 원료와 물류시스템을 가진 부산이지만 단순가공시설들이 아닌 고급가공시설들이 부산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각종 지원책들이 필요하다.

▶장 실장=컴퓨터를 만들던 애플이 휴대전화에 관심을 가져 아이폰을 만들었고,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무인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세상이다. 수산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더 많은 관련 기업, 전문가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야 한다.

▶송 국장=수산식품클러스터 구축은 단지 부산 수산업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해양수도 부산에서 시작해 국가 수산식품산업 발전을 선도한다는 계획에서 추진하고 있다.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 지역 수산업계의 많은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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