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화시스템 도입 2800곳
- 생산성 평균 23% 증가 효과
- 산업용 협동로봇도 상용화 박차
- 정부, 2022년까지 2만 개 목표

- 솔루션 국산화·중기용 개발 과제
- 경남정보대·제로웹 개발 착수
- 부산시·유관기관 적극 협력 계획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뿌리 산업’인 전통적 제조업에 불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중소·중견업체가 침체된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소위 ‘굴뚝의 반란’으로 불릴만 하다.

차세대 ICT(정보통신기술)를 제조업에 적용하는 것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다른 업종보다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공정 간소화 등은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간 기술 불균형과 선진국보다 취약한 ICT 경쟁력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된다. 본지는 창간 70주년 기획시리즈 ‘눈 앞에 온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일곱 번째 순서로 제조업의 ICT 도입 필요성과 기대 효과, 부산의 준비 상황과 과제 등을 알아봤다.

	한화테크윈이 지난 9월 ‘2017 로보월드’에서 공개한 자사의 협동로봇.

■ 2022년 스마트 공장 2만 개 목표

#1. 탁상용 스탠드 조명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나무로 된 원통형 물건을 다른 곳에 반복적으로 옮겨 놓는다. 이 로봇은 나사 조임 등의 기능을 활용해 특정 물체의 조립까지 할 수 있다. 로봇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약간의 힘을 주면 가동이 중단된다. 충돌을 감지하고 작동을 스스로 멈추는 것이다.

#2. 용접과 드릴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이 작동하자 1분도 안 돼 해당 공정이 완료됐다. 이 로봇은 인간이 ‘눈대중’만으로 할 수 없는 고정밀 시스템 교정 등을 오류 없이 수행한다.

지난 9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로보월드’에서 한화테크윈(#1)과 울산에 본사를 둔 로봇시스템 제조업체 ‘지후’(#2)가 선보인 산업용 로봇의 실제 작동 모습이다. 당시 공개된 대다수 업체의 로봇이 이전에 나온 것과 다른 점은 ‘협동로봇’의 기능을 지녔다는 점이다. 협동로봇은 공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업무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만큼 산업용 로봇의 상용화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한화테크윈 로봇사업부 관계자는 “우리가 공개한 로봇은 주로 신체 끼임 사고나 화상 위험이 있는 공정, 나사 조립 등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제조업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스마트 공장) 바람이 부는 것은 원가 절감과 인력·자재의 효율적 배치, 현장에서의 사고 위험 감소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내 설비와 장비 등이 ICT로 연결된 ‘지능형 공장’을 의미한다. 협동로봇도 이 범주 안에 속한다. 기기 불량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비효율적인 부분까지 스스로 예측해 개선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자동화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갖춘 국내 스마트 공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800여 개 수준이다. 해당 공장을 구축한 기업들의 생산성은 구축 이전과 비교해 평균 23% 증가했고, 불량률은 무려 46% 급감했다. 원가 절감율은 16%에 달했다. 스마트 공장이 국내 제조업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는 이 같은 효과를 고려해 2022년까지 전국 산업 현장에 스마트 공장을 2만 개 보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7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내년 말까지는 스마트 공장을 자발적으로 구축하는 기업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금융 지원 등을 확대한다.

■ 부산 강한 의지에도 과제 산적

	로봇시스템 제조업체인 ‘지후’의 산업용 로봇.

부산에서는 ‘중후장대’ 산업이 집중된 지역 경제의 특성상 스마트 공장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ICT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산의 실정 등을 고려할 때 지역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지난 7월 ‘사상스마트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할 때 “사상공업단지에 ICT를 접목해 미래형 첨단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도 의지를 밝혔다.

최근에는 부산에 본사를 둔 경영 생태계 플랫폼 보급업체 ‘제로웹’과 경남정보대학교가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향후 5년간 50억 원을 투자한다. 시와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부산테크노파크 등도 이 사업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지역 제조업을 최첨단 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각계의 의지 만큼은 확고하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스마트 공장과 관련한 ICT 개발이나 상용화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인공지능(AI)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포스코)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발전소 원격 관리 시스템’(두산중공업), ‘AI 기반 자동화 강판 개발 플랫폼’(현대제철) 등 국내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마트 공장은 대부분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반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중소업체들은 공장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산업부 산하 ‘스마트공장추진단’이 국내 스마트 공장의 기술 수준을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4개로 정의한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스마트 공장 1240곳(분석 대상 기업 수) 중 82.3%는 ‘기초’ 수준에 머물렀다. 극소수의 대기업을 빼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업체들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때 ICT를 자체 개발이 아닌 수입 솔루션에 의존한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