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기능 분리 상업·효율성 강화
- 단일 운영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 작년 세전 수익 1조1833억 원

- 65개 선석 신항만 개발 분주
- 하역 전 과정 무인시스템 구상
- 개항땐 총 1억TEU 처리 능력

- 부산항, 해외 운영사에 위탁운영
- 한진해운 사태 때 어려움 겪어
- 한국, BPA 족쇄 과감히 풀어야

“우리는 세계의 기항지입니다. (PSA is the world’s port of call)”

세계 16개국에 29개 항만의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PSA는 글로벌 터미널 운영자로(GTO)로서의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최첨단으로 지어진 PSA 빌딩에는 PSA뿐 아니라 MPA(해운항만청), 교통부 등 싱가포르 항만 관련 기관이 모두 들어서 업무 효율을 가능케 했다. 기자는 PSA를 최근 방문해 프리젠테이션을 받고, 파시르 판장 터미널(Pasir Panjang terminal)을 둘러봤다.

	싱가포르 PSA 본사 건물에서 해운업계 관계자가 파시르판장 터미널을 내려다보고 있다. 정유선 기자

■ 상업성·효율성의 극대화

PSA는 더 이상 항만공사(PA)가 아닌 GTO다. 일찌감치 MPA에 행정·규제 기능을 분리한 뒤 철저히 상업성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항만은 컨테이너 물동량 3090만TEU(1TEU는 6ｍ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해 중국 상하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PSA가 해외에서 처리한 물량을 합치면 상하이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PSA는 지난해 싱가포르 항에서 3060만TEU를 처리했고, 해외에서 3700만TEU를 처리해 총 6760만TEU를 처리했다. 이에 반해 부산항은 1945만6291TEU에 그쳤다.

그렇게 PSA는 36억89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3조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4억43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조1833억 원)의 세전 수익을 얻었다. 수익 비중은 싱가포르가 포함된 동남아시아에서 56%, 유럽 및 지중해 24%, 동북아시아 13%, 그 외 지역 7%다. PSA는 우리나라 인천남항과 부산신항 1·4부두도 운영하고 있다.

PSA가 부산항만공사(BPA)와 다른 점은 터미널을 단일 주체로서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비결이다. 부산신항의 경우 대부분 해외 GTO들에게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단일 주체로 직접 운영하면서 미리 전체 계획을 잡고 있고, 선석 할당을 할 수 있다. 또 혼잡도를 낮추고 대기시간도 낮출 수 있다. ITT(타부두환적)도 문제되지 않는다.

부산항은 한진해운 사태때 해외 운영사들에게 하역작업의 협조를 얻기 위해 발을 동동거리면서 터미널을 직접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PSA의 강점은 환적과 네트워크 자동화시스템이다. 포트넷(Portnet)이라는 항만물류 정보시스템과 컴퓨터통합 터미널 운영시스템(CITOS)을 활용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PA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이 있는 기자는 MPA와 PSA의 관계에 관심이 쏠렸다.

“MPA는 PSA의 상위 기관인가?”“MPA가 PSA를 지도 감독하는가, 아니면 교통부의 통제를 받느냐” 이런 물음에 PSA 측은 “감독한다(supervise)는 게 어떤 의미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독립 기관으로 각자의 기능을 수행할 뿐 상부기관, 하부기관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듯 보였다. “우리는 법률에 따라 할 뿐이다. 필요한 일은 기관끼리 서로 협의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부산해양수산청, 국회까지 수많은 ‘시어머니들’을 모셔야 하는 BPA로선 부러운 대목이다. 상호견제는 좋지만 역할이 중복되고, 기관 간 알력 때문에 불필요한 소모가 많다.

MPA측은 “원 오퍼레이터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다. 전체 자원을 최적화시켜서 흐름을 통제하기 때문에 자원을 균형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싱가포르 법인 사무소에서 만난 김지복 차장은 “PSA는 PA의 행정·규제 기능을 이양하고 나서 상업성과 창의성을 잘 발휘하고 있다”며 “영업조직인 그룹커머셜에선 수시로 해운회사들을 찾아와 불편사항 없는지 묻고 코디네이터 한다”고 전했다.

■ 투아스 신항만으로 재도약 준비

싱가포르 항만은 투아스(TUAS) 신항만 개발을 앞두고 분주했다. 싱가포르는 서쪽 끝 TUAS를 매립해 6500만TEU 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신항만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항만 기능을 투아스로 집중해 옮기고 기존 항만이 위치했던 해안은 해운대 마린시티처럼 부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PSA 관계자는 “2027년까지는 기존 항만 부지의 계약이 남아 있지만 더는 물량을 받지 않고 항만 기능을 서서히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중파카 터미널과 캐펠, 브라니 터미널 일부는 이미 일부 비워진 채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존 항만 기능은 임시로 파시르 판장으로 옮겼다가 최종적으로 2030~40년까지는 투아스로 다 모으겠다는 것이다.

투아스에서 6500만TEU 처리가 가능해지면 기존 3500만TEU 를 합쳐서 결국 1억 TEU의 처리능력을 갖게 된다.

투아스 현재 매립작업이 한창이며 2027년 1단계 개장한다. 65개 선석 규모의 초대형 TUAS터미널은 완전 무인 자동화한다는 구상이다.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 등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고 내리고 운반하는 모든 작업을 사람 없이 기계로 하는 무인 시스템을 현재 테스트 중이다.

싱가포르=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