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100% 출자로 자산 6조 원
- 민간부문 업무 수행도 부정적
- 무너진 해운물류산업 재건하려
- 해수부 ‘K-GTO’ 설립 추진

- 부산시 애초 지방공사화 목표
- 지자체 역량·전문성 우려 제기
- “규제 완화부터 먼저 풀어야”

세계 6위 부산항은 글로벌과 경쟁하는 국내 유일 항만이다. 그러나 부산항 운영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지금처럼 4개 항만공사 체제 안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인 현재의 공기업 형태로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세계7위 글로벌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국적선사의 미주노선 점유율이 일년 만에 반토막 나는 등 한국이 해운 약소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미국 뉴저지주 마흐 항만터미널에 한진해운이라고 써있는 공컨테이너박스가 끝없이 쌓여 있다. 정유선 기자

BPA의 자율성 독립성 확보 문제는 자치와 분권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항만 분권 차원에서 핵심 현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BPA를 자율경영이 가능한 독자적 물류기업으로 만들지, 지방공사화할지 등 개편방향을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BPA는 부산시민의 열망으로 태동시킨 결과물인 만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도 부산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모색해 갈 필요가 있다.

■GTO로 변신 자산문제 등 걸림돌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배웠듯 해운물류산업은 경제논리, 행정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해운시장,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 없이 BPA에 공공기관운영에 관한법률 등 공기업 일반에 대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부산항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BPA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자율 경영이 가능한 물류기업(Global Terminal Operator·복수 국가에서 터미널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키우자는 의견이 많다. 싱가포르 PSA, 상하이 SIPG 등이 그 모델이다.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무너진 해운물류산업을 재건한다는 목표로 K-GTO(한국의 글로벌터미널운영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적 선사, 터미널 운영사, 항만공사 등이 출자해 ‘K-GTO’를 설립, 해외 주요 항만 터미널 등 물류 거점을 확보하자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BPA 자체를 K-GTO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뭐하러 복잡하게 K-GTO를 따로 만드나. 어차피 K-GTO에 출자할 데는 BPA밖에 없다.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실제 GTO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BPA 관계자도 “BPA가 터미널 운영을 직접 해본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만큼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항만 관리 노하우를 가진 곳도 없다”고 말한다.

정부 출자 자산 문제, 공공성 확보 문제 등은 걸림돌이다. BPA는 정부가 100% 현물출자해 만든 공기업이다. 6조 원 가량되는 정부 자산 문제를 털지 않고서는 물류기업이든 지방공사든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역시 항만공사가 공기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민간부문 업무를 수행하는 물류기업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평택대 이동현 교수는 “GTO 육성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기업인 BPA를 GTO로 만드는 데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규제기관인 MPA와 비즈니스 기업인 PSA를 분리한 싱가포르 모델처럼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BPA의 규제기능을 합쳐 BMPA(Busan Maritime & Port Authority)로 만들고, BPA는 상업적 기능만 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모델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지방공사화 장기과제로

2000년 항만공사 설립 추진 당시 부산시가 건의한 모델은 부산시 산하 부산항자치공사(Port of Pusan Authority)였다. 당시 ▷지방공사 ▷과도기적 방안으로정부 산하 항만공사 운영 후 조속한 기간내 항만관리권 지방 이양 ▷민간주도형 항만공사 설립 등 3가지 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절충적 형태인 지금의 항만공사 형태로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기획재정부와 해수부의 산하기관으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규제에 묶여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자 당초 구상대로 부산시 산하 지방공사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성급한 지방공사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장기과제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부산시는 현재 항만 분권 이슈 발굴 및 BPA 지방공사화 문제를 놓고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용역을 진행중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대표 항만인 부산항은 국가의 집중적인 예산을 투입해 육성해온 만큼 지방공사화는 어렵고, 국가재정에 대한 지방 이전 등 전제조건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역량과 전문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해양대 남기찬 교수는 “부산시가 항만공사를 받아서 지금 정부 산하보다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우선은 재정 분권을 비롯해 지방 분권에 대한 여건이 성숙한 다음에 지방공사화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MI 김근섭 항만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벨기에 항만법 개정사례에서 보듯 PA가 민간사업자들의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도 유연하게 법을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방공사화하면 국내 최대 항만으로서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계획하고 운영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역량을 키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BPA 관계자는 “지방공사화되는 순간 부산항은 오히려 쇠퇴할 수 있다. 부산시 재정이 빤한데 투자가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규제 완화가 우선이다. BPA 덩치부터 키운 뒤 고민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선은 별도의 부산항만공사법을 제정해 BPA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업무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유선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항만공사 현황 비교 (2017년 11월 기준) 구분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공공기관 유형 시장형 준시장형 준시장형 준시장형 설립일 2004.1.16 2005.7.11 2007.7.5 2011.8.19 항만위원회 7명 7명 7명 7명 조직 3본부2사업단8실23부 3본부3실14팀 2본부13팀 2본부1실1단10팀 1사업소 정현원 정원 207명,  현원 183명 225명 202명 99명 89명 124명 106명 재무상태 (억 원, 17.6월 기준) 총자산 5조6720 총부채 1조7022  부채비율 42.9% 총자산 2조8754  총부채 7250  부채비율 33.7% 총자산 8018  총부채 1699  부채비율 26.89% 총자산 1조8238  총부채 4267  부채비율 30.5% 2016 결산 (억 원) 매출액 4295  순이익 1177  배당금 339 매출액 1365  순이익 121  배당금 33 매출액 777  순이익 272  배당금 94 매출액 1096  순이익 22  배당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