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자동차 사고로 자신의 차량을 수리할 때 ‘순정부품’ 대신 ‘품질인증 대체부품’을 쓰면 부품 값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보험 특약 상품이 도입된다.

하지만 우선은 수입차에 적용되고, 국내 운행 차량의 80% 이상인 현대·기아차 등 국산 차는 적용이 어려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모비스 같은 순정부품 제조사의 장기독점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탓에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체 부품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의 ‘품질인증 대체부품’ 특약을 개발해 다음달부터 적용한다고 22일 밝혔다.

특약 적용 대상은 내달 1일부터 자기 차량 손해 담보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운전자다. 별도 보험료 부담 없이 자동 가입되며, 2월 이전에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사람도 신청해 특약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단독사고, 가해자 불명사고, 일방과실사고 등 다툼의 여지가 없는 ‘100% 과실 사고’부터 적용된다. 쌍방과실이나 대물사고는 법률관계가 복잡해 일단 제외됐다.

특약 적용자가 자차 수리시 인증부품을 쓰면 순정부품 가격의 25%(인증부품과의 차액)를 보험사가 지급한다.

인증부품은 순정부품보다 25% 정도 싼데 둘 사이에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순정범퍼가 100만 원이면 인증범퍼는 75만 원 정도다.

2016년 지급된 자동차보험금 10조5000억 원 가운데 부품비는 2조7000억 원으로 전체 보험금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사고 건당 부품비는 52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 올랐다. 보험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때 전체 부품의 20%가량을 저렴한 대체 부품으로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값비싼 순정 부품을 쓰는 탓이다.

금감원은 특약 도입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지고, 보험료 인상요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적으로 부품시장의 경쟁 촉진도 예상된다.

국산차 부품은 디자인 보호법에 따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독점 공급이 장기간 보장됐으며, 여기에 예외를 두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산차의 경우 약관상 제한사항은 없으나 현재 국산차의 경우 품질인증 대체부품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바로 적용이 어렵다”며 “ 향후 국산차에 대한 품질인증 대체부품의 생산이 본격화되면 국산차 운전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