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로 입사해 12년 만에 회장 승진이라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성공 스토리로 여길 법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현실이다. 오너 경영을 뒷받침하는 재별 후계 구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29일 국내 굴지의 기업 중 하나인 LG그룹에서 벌어졌다.

29일 오전 ㈜LG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4세대 후계자인 구광모(41ㆍ사진)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LG는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해 구 상무를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40대의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경험 부족을 이유로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을 통솔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냐는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LG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신임 회장을 구 상무를 선출하자 “대한민국 오너경영 적폐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미국법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등을 거쳐 올해부터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그룹 전체의 주요 의사결정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계열사를 이끄는 등의 경영 활동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서울 경복초, 영동고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뒤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