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생산 3대 중 1대 대미수출
- ‘관세폭탄’ 땐 업계 마비 우려도

국내 자동차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생산, 내수, 수출 실적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악재’에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른 ‘자동차 관세폭탄’ 우려가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국내 자동차 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산업은 대수 기준으로 생산과 내수,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2%, 5.5%, 7.7% 감소했다. 생산 부문은 한국GM의 크루즈·올란도 등 일부 모델 생산 중단, 국산차 내수·수출 부진으로 33만6183대에 그쳤다. 내수 역시 영업일수 감소 등으로 15만5724대 판매에 머물렀다. 수출은 미국 시장 부진과 현지 생산 본격화 영향으로 21만8874대에 그쳤다. 올해 1~6월을 합한 상반기 실적에서도 생산과 내수, 수출이 각각 7.3%, 0.3%,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오른 2만6642대가 팔리면서 선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뿐 아니라 수입차 전체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고 있어 업체들은 사실상 ‘쇼크’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에 수출한 물량은 총 84만5319대다. 국내 총수출 물량인 253만194대의 33%로 3대 중 1대 꼴이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69.8%에 달하는 르노삼성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17만6271대를 해외에 팔았으며 이 중 12만3202대가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 땐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현지 판매감소 등으로 수출물량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공청회에 참석해 우리 입장을 피력했다. 강성천 통상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한미 FTA를 통한 양국 승용차 관세 철폐와 개정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뤄낸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의 부당함을 알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안이 터진 후에야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을 꼬집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부과 대상의 확정은 우리 완성차의 미국 수출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 52시간 근무나 최저임금 문제는 물론, 심야 전기료 인상 등은 기업에 악재이기에 정부가 민의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