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발표 하루만에 바로 적용
- 까다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 등
- 은행권 규제안 숙지에 업무 가중

- 부산 고급 아파트 종부세 급등
- 2020년 기준 최대 3배 오를 듯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관련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 구입 자금 대출 규제를 둘러싸고 애매하거나 예외적인 규정도 많아서, 이를 검토해야 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무주택자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주어지는 분양시장 역시 1주택자에게는 불만 요소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아파트 담보 대출 규제의 내용이 복잡해 일선 은행 창구 등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문을 연 포스코건설 ‘동래 더 샵’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시민들. 포스코건설 제공

■혼선 빚는 현장

한 시중은행의 부산 사하지역 지점 관계자는 16일 “아파트 담보 대출의 기준이 복잡하게 제시돼 검토해야 할 서류가 많다”며 “그나마 사하구는 한산한 편이지만,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근무하는 동료 행원은 매우 바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 따른 정부 기준안은 지난 13일 발표 다음 날인 1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일선 행원들이 적응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파트를 한 채 가진 1주택자들의 대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1주택자가 청약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이사를 하거나 일시적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직장을 옮기며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매할 때는 은행에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된 아파트의 관리비와 가스비 등의 영수증을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이외에도 60세 이상 부모를 봉양하거나 결혼 등의 목적으로 규제지역에 주택을 구매할 때에도 2년 내 기존 주택을 판다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전세자금 대출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부부 연 소득 1억 원 이상인 1주택자는 규제지역 전셋집으로 이사하기 위한 대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분양권 역시 주택으로 인정되는데, 기존에 확보한 분양권은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 A(35) 씨는 “복잡한 기준은 편법만 부추길 것”이라며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집을 사는 편법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정부 규제 방침이 은행권으로 하달되면 더욱 깐깐하게 대출 등의 심사가 진행된다”며 “기존 대출을 갚고 신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경우에도 검토 대상에 들어가므로, 은행권 심사에 가로막혀 지역 주택 거래는 더욱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부세 영향은

부산의 최고급 아파트 종부세도 이번 대책 발표로 훌쩍 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204㎡ 이상 아파트는 총 84세대다.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최소 25억 원에서 46억 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 25억 원, 1주택자로 가정하고 종부세 계산을 한 결과 해당 아파트는 현재 627만 원인 종부세가 내년 1029만 원, 2020년에는 1140만 원으로 납부액이 크게 늘어난다. 같은 상황에서 35억 원의 시세를 적용할 경우에는 757만 원의 종부세가 내년 2212만 원, 2020년 2393만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약 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를 두 채 가진 경우에도 종부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전용면적 164·185㎡ 규모의 청약 조정대상지역 내 7억·8억 원 아파트 한 채씩을 소유했다면 현재 304만 원 수준의 종부세는 내년 624만 원으로 오른다. 2020년에는 683만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호종합부동산그룹 김용균 총괄대표는 “부산은 종부세 강화에 따라 신규 납부 대상자로 편입되는 규모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반적인 정책 영향은 지켜봐야 하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청약 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