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3 대책 대출금마저 옥좨

- 준공후 미분양 작년比 57%↑

- 건설사 경영난 부추길 우려

부산지역 새 아파트에 대한 미입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정선을 넘은 아파트 공급이 수년 동안 이어진 데다, 최근에 나온 주택담보 대출 규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이 ‘거래절벽’이라는 상황을 낳았다면 앞으로는 미입주가 부산지역 건설업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산의 입주 물량은 2만3193세대에 이른다. 부산지역의 적정 아파트 공급 물량은 1만7000세대 규모다. 부산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4년부터 매년 2만 세대 넘게 이뤄졌다. 특히 내년과 내후년에도 2만3000세대 수준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지난 7월 입주가 시작된 서구와 동래구의 200~400세대 규모 A, B 아파트는 최근에야 겨우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기 3개월 동안 입주자가 거의 없어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단지 모두 한동안 입주가 지연되며 프리미엄이 하락하는 등의 곡절을 겪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입주는 3개월의 기간을 두고 진행된다. 입주가 3개월 넘게 지연되면 연 10% 수준의 연체 이자가 부과되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된다. 3개월이 넘도록 입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분류되는데, 10월 기준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세대는 315세대로 전년 동월 대비 57.5%나 증가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아파트 잔금은 전체 사업비의 30%를 차지한다”며 “미입주가 늘면 경영난에 빠지는 건설사도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분양을 진행 중인 대형 건설사도 미분양 우려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방지를 위해 통상 20% 수준으로 뽑는 예비당첨자를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바른부동산아카데미 박영숙 대표는 “대형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는 상황에서 미분양에 대한 소문은 향후 분양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현재의 시장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달 나온 9·13부동산대책이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7일 발표한 부산의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는 10월 기준 59.3으로 전월 대비 21.3포인트 하락했다. 입주경기실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입주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거래절벽 현상에 이어 앞으로는 미입주가 부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