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차업종 많아 외풍에 취약

- 23일 기준 상장 기업 74곳 중

- 3주 전 대비 70곳이 주가 하락

- 시가총액 감소율도 14% 달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속절없이 추락 중인 ‘증시 쇼크’ 사태가 외풍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산지역 상장사에 더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전체 상장사 중 이달 주가가 지난달 말보다 내려간 곳은 무려 94%에 달했다. 시가총액 감소율 역시 국내 전체 상장사의 시총 감소율보다 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부산 기업 74곳(거래정지 종목 등 제외) 중 지난 23일 주가(종가 기준)가 지난달 28일보다 내려간 기업은 70곳(94.6%)이나 됐다.

같은 기간 74곳의 시총 합계도 23조9659억 원에서 20조6144억 원으로 3조3515억 원(14.0%)이나 증발했다. 부산 상장사들의 시총 규모가 대기업이 집중된 수도권 상장사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 달도 안 되는 15거래일 동안 3조 원 넘게 빠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주식시장 전체 시총(코스피+코스닥) 역시 1840조8835억 원에서 1650조9334억 원으로 10.3%나 줄었는데, 부산 상장사들은 이보다 더 큰 감소율을 기록한 셈이다.

부산 상장사들의 ‘무더기’ 주가 하락은 최근 증시 폭락의 주범인 미국발 악재가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분쟁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움직임 등은 철강과 자동차를 포함한 지역 주력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부산지역 코스피 상장사 35곳 중 이 기간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간 기업은 철강업체인 한국특수형강(-49.04%)이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부산주공(-24.25%)과 고려제강(철강·-20.79%), S&T모티브(자동차부품·-18.24%) 등도 ‘쇼크’ 수준으로 급락했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철강업을 영위하는 제낙스(-22.99%)와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스텍코리아(-22.14%)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으려면 미국발 ‘미중 무역전쟁 공포’가 일정 부분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24일에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52포인트(0.40%) 하락한 2097.58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1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 10일(2097.35)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