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출산율 저하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근로자들조차 임신기간 단축근무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신기간 단축근무 보장제도를 별도로 사용자에 신청하는 과정을 없애고 자동 승인이 되게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자중기위 산하기관 61곳을 전수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임신기간 단축 근무제 활용률은 평균 40%에 불과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전략물자관리원, 공용홈쇼핑, 특허정보원 3개 기관에서 대상 직원 전원이 단축근무제도를 활용한 반면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산학연협회는 제도 활용이 전무했다. 특히 유연근무제로 관련 소요를 대체하는 중소기업연구원을 제외한 산하기관의 72%에 해당하는 43개의 기관은 절반도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의 경우 중소기업벤처부가 66.5%로 단축근무제 활용률이 비교적 높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은 각각 40.9%, 43.3%로 평균 수준에 그쳤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임신한 직원이 임신기간 단축근무를 신청하면 회사는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원이 부서장에 신청하는 것을 꺼리고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을 앞두고 단축근무까지 활용하면 주변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느끼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기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사업체는 각각 48.1%, 37.8%였다. 제도를 도입한 사업체 중 지금까지 한 명이라도 사용자가 있었던 사업체 비율은 각각 34.9%, 27.2%로 나타났다. 여기에 육아휴직자 발생으로 인한 남은 업무는 ‘남은 인력이 나눠서 해결’(44.6%) 하는 경우가 많아 육아휴직자와 직장에 남은 동료 모두의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김 의원은 “임신기 직원은 단축 근무 사용으로 주변에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등 제도 취지와 다르게 사용 분위기는 경직되어 있다”면서 “이미 법에서 반드시 승인하도록 하는 제도인 만큼 직원이 부서장에게 별도로 신청해 결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주지 말고 자동 승인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