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

- 설비투자 7개월 만에 상승 전환
- SK하이닉스 공장 증설 영향
- ‘반도체 착시’ 빼면 마이너스

# 경제구조 획기적 개혁 필요

- 광공업 생산 최대폭 추락
- 소매판매액지수 2.2%P ‘뚝’
- ‘조선 빅2’ 3분기 실적 악화
- 침체 장기화땐 부울경 충격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은 국내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경기 전환점 여부를 공식화할 것인지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세종시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동행지수 하락세 금융위기 수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보합세였다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하락했다. 이 지수가 마지막으로 상승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그 후로는 보합 또는 하락을 반복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생산 소매판매 등 실제 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7개 구성지표를 종합한 동행지수에서 추세 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로 현재 경기 국면과 전환점 파악에 이용된다.

통계청은 통상 경기 전환점을 판단할 때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을 기준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드 배치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한 2015년 11월~2016년 4월 이후 가장 길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국면 전환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지표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설비 투자 위축이다. 기업투자가 이뤄져야 고용이 늘어 내수 진작 등의 경기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설비 투자는 전월보다 2.9% 올라 7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상승세 전환 배경으로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 준공 등에 따른 설비 증설의 영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거하면 지난달 설비투자는 사실상 마이너스와 다름없다. 실제 반도체 장비를 제외했더니 지난달 설비 투자는 마이너스 8.9%로 확 떨어졌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15.3%)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전산업생산의 부진도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달 전산업생산의 급격한 위축 배경에는 광공업 생산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5% 감소하면서 1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2%포인트 하락하며 사실상 ‘트리플 부진’을 완성했다.

■경기 하강국면 장기화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이미 경기가 꺾였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금융시장을 포함해 경기 하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 설비투자가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반도체 설비 증설을 빼면 감소한 것과 같다”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소비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부울경의 대표기업인 조선업체의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의 금융과 신조 발주 등 전방위 지원에도 조선업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9월 누적 영업이익(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28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669억 원)보다 56.8% 급감한 것이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3조4251억 원)보다 5.3% 감소한 3조2419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1820억 원 흑자로 나왔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3분기 231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삼성중공업의 실적 악화는 더 심각했다. 올해 3분기 12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1년 전에는 236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313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7519억 원)보다 25.0%나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34억 원 흑자에서 803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다만, 오는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대우조선해양은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수준의 낮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하강이 장기화될 경우 조선 자동차 등 부울경이 강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거의 모든 지표가 지속해서 하락하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확한 대응과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이석주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