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이면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된다. 그런데 아직도 후쿠시마원전사고의 피해 원자로의 가장 기초적인 수습조차 이뤄지지 않고, 피해액은 이미 800조 원을 넘어섰고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원전이라는 편리함에 취해 안전을 소홀히 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8주년을 맞아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와 지금의 상태를 다시 한번 비교 점검해보기로 하자.

후쿠시마원전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도후쿠지방 태평양연안 지진으로 인해 진도9의 지진과 쓰나미로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2011년 3월 11일 오후 7시30분에 냉각수 증발로 노심용융이 시작된 데서 비롯됐다.

이날 오후 2시46분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 자동으로 원자로 1~3호기가 긴급정지됐다. 당시 4호기는 분해점검으로, 5·6호기는 정기검사로 발전정지 중이었다. 원자로 주변의 송전선로와 변전시설 등이 지진으로 인해 쇼트되거나 무너져내리면서 외부전력이 차단됐다. 자동시스템에 의해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가동됐으나, 지진발생 약 50분 후 높이 13~15ｍ의 쓰나미가 발전소를 덮치면서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돼 정지했고, 발전소 내의 모든 전기시설 역시 손상됐다.

후쿠시마원전은 원자로 안전을 위한 최소 전력마저도 없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져 냉각수 펌프 가동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냉각수가 급속히 증발해 원자로 내부 온도 및 압력이 상승했다. 원자로 1~3호기는 모든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3월 12일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했다. 제1방호벽인 펠릿과 제2방호벽인 피복관이 고온으로 녹아 내렸고, 제3방호벽인 20㎝ 두께의 철제 원자로 압력용기도 녹아내리면서 구멍이 뚫렸다. 이로 인해 핵연료가 공기 중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핵연료에 있는 지르코늄이 1200도를 넘으면 반응해 수소를 내놓는데, 이 수소가 격납용기 내 수증기와 함께 고온고압을 유지하게 되었고, 12일 1호기, 14일 3호기에서 수소폭발을 일으켜 격납용기를 손상시켜서 방사능의 대기 유출이 시작됐다.

12일 오전 6시께 모든 연료가 붕괴되기에 이르렀고, 이날 오후 3시36분 1호기에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2호기도 연료 노출 및 격납용기 파손, 노심용해가 발생했고, 3호기에서도 증기 누출이 발견됐으며,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14일에는 3호기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도쿄전력은 14일 원자로 냉각을 위한 해수주입을 시작했다. 2호기는 14일 오후 8시, 3호기는 13일 오후 9시에 노심 온도가 2800도까지 급상승해 노심용융이 시작됐다. 이후 냉각수 유출 및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시작됐다. 4호기의 경우 15일에 수소폭발이 발생했으나, 이후 냉온정지 상태로 들어감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후쿠시마원전사고의 방사선 확산지도(왼쪽)와 오염된 흙을 담은 플라스콘을 쌓아둔 모습(오른 쪽). 후쿠시마원전사고의 방사선 확산지도 등가선 작성(하야카와 유키오, 早川由紀夫), 군지 마유미(郡司?弓) 제공

이 사고로 대기, 토양, 고인 물, 바다,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지금도 후쿠시마원전의 원자로에서는 방사능물질이 공기 중으로 누출되고 있으며, 빗물과 원자로 밑을 흐르는 지하수에 의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로 누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원전 일대뿐만 아니라 일본 동북부 전체의 방사능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향신문(2018.8.31)은 후쿠시마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문제를 둘러싼 공청회가 지난해 8월 30일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정에서 처음 열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처리한 물에는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 트리튬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이런 처리수 약 92만 ｔ이 원전 안 탱크에 보관돼 있고, 향후에도 연 5만~8만 ｔ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고 후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세슘137이 1만5000TBq(테라베크렐)로, 89TBq였던 히로시마 원폭 리틀보이의 168.5배라고 밝혔다. 반면에 노르웨이 대기연구소는 세슘137이 3만6000TBq 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사고로 원전 반경 20㎞ 이내 지역이 출입금지 상태이며 주민 약 8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외지를 떠돌고 있고 일본 전역에 방사능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15년 4월 현재 원자로내 연료의 거의 전량이 용해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직후 일본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지역의 피해상황은 이러하다. 피난지시를 받은 반경 20㎞권 내에는 약 2700개의 사업소에 3만3000여 명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수도권에 식량공급기지 역할을 해온 후쿠시마현은 낙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는데 사고 직후 지역산 원유 야채 원목 등의 출하제한조치가 시행됐다. 원전에서 40~50㎞ 떨어진 바다의 해저토에서도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됐다는 보도도 있고, 공업제품조차 거래처로부터 방사선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원전 사고 발생지로부터 100㎞나 떨어진 센다이시조차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를 직접원인으로 하는 사상자는 4호기 터빈건물 내에서 지진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2명, 지진에 의한 부상자 6명, 1·3호기 폭발로 인한 부상자 15명이며, 피폭 가능성은 100mSv를 초과한 종업원 30명, 제염을 실시한 주민이 88명 등 약 200명이라고 한다. 원전 관련사는 공식적으로는 789명이다. 한편 오쿠마정의 후타바병원에 입원 중이던 인지증환자 21명이 운송 중 또는 운송 후에 사망했으며, 지진 직후 피난과 겹쳐 50명이 사망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앞선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인한 쓰나미 피해로 약 2만4000명이 사망 실종됐고, 피난자는 약 8만4000명이라고 공식 집계되고 있다.

지지통신(2019.3.10)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피난자는 1년 전에 비해 약 2만 명 감소해 5만1778명(2월 7일 현재)이며, 후쿠시마에서는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약 3만2600명이 후쿠시마현 밖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사망자는 3월 8일 현재 12개 도·현의 1만5897명, 행방불명자는 2533명이며, 부흥청이 공표하고 있는 지진재해에 의한 부상 악화 등으로 사망한 ‘지진재해 관련사’를 합치면 희생자는 2만2100명을 넘긴다. 아직 일본 열도에는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지진발생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지통신(2019.2.26)은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규모 9 정도의 초거대지진이 향후 30년 이내에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지만 규모7~8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3단계로 칠 경우 아오모리현 바다로부터 이바라키현바다 대부분의 구역이 가장 높은 III(26%이상)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손해 추산액도 매년 늘고 있다. 2011년 말 추산에 비해 2019년 추산은 기관에 따라서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2011년 12월 일본 정부위원회가 원전주변 주민들에 대한 배상금과 원자로 냉각비용 등을 바탕으로 5조8000억 엔(약 58조 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4년 3월에는 ‘제염’과 배상, 폐로 등 손해액의 최신 전망치를 합하면 11조 엔 이상이 될 것으로 밝혔고 2016년 12월에는 경제산업성이 배상 및 제염을 포함한 원전사고 관련 비용의 총액이 21조 엔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했다. 2017년 4월 민간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원전사고 관련 피해 총액이 50조~70조 엔(약 500조~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아사히신문(2019.3.9)은 후쿠시마원전사고의 대응 비용이 총액 81조~35조 엔(약 830조~360조 원)이 된다고 하는 시산을 민간 싱크탱크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제산업성이 2016년 공표한 시산인 약 22조 엔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81조 엔의 내역은 폐로·오염수처리로 51조 엔(경제산업성 시산은 8조 엔), 배상으로 10조 엔(경제산업성 시산 8조 엔), 제염으로 20조 엔(경제산업성 시산 6조 엔)이다. 경제산업성 시산과의 큰 차이는 오염수의 정화처리비용을 약 40조 엔으로 크게 잡아 계산한 것이지만 제염으로 발생하는 토양 등의 최종처분비용을 산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오염수를 물로 희석한 후에 해양방출하는 경우는 폐로·오염수 처리비용이 11조 엔이 돼, 총액도 41조 엔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디브리)를 꺼내지 않고 콘크리트로 봉쇄하는, 이른바 석관방식을 채용했을 경우는 폐로·오염수 비용이 4조3000억 엔이 돼 총액도 35조 엔이 된다고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년 전, 총액 70조~50조 엔으로 늘어난다는 시산을 냈지만, 그 후 오염수 처리나 제염 등의 상황을 근거로 해 재시산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중장기의 에너지 계획 속에서 원전의 존폐를 시급히 논의해 대응을 결정할 때가 아닌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국민들의 4할 이상이 식품의 방사성물질 안전 여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 신문(2019.3.6)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청이 6일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의한 풍평(이미지) 피해에 관한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식품 중에 국가가 정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행정이 조사하는 검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처음으로 4할을 넘었다는 것이다. 방사성물질 포함 여부로 후쿠시마현산 식품 구입을 주저하는 사람은 12.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중의 방사성물질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는 사람이 2013년엔 22.4%였지만, 2015년 이후에는 36%였다가 이번에는 44.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 정부의 정보공개 부족 또는 통제에서 기인하는 면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사히신문(2019.3.10)은 ‘원전 피해 복구 후쿠시마의 지금을 직시한다’라는 사설을 통해 후쿠시마에 대한 풍평 피해를 일본 전체 사회의 지혜를 모아 막아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사고로부터 8년. 후쿠시마현은 지금도 방사능을 둘러싼 풍평(風評)과 풍화(風化: 지표의 암석이 점차 파괴되는 것)의 문제다. 원전 주변은 주민의 귀환이 진행되지 않아, 어려운 과제를 안는 한편, 그 이외의 많은 지역에서는, 방사선량이 평상시의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 식품 안전대책도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외를 중심으로 오염의 피해나 건강에의 악영향에 대한 오해, 전체적으로 불안한 인상 등은 사라지지 않았다.(중략) 풍평을 극복하는 데는 수많은 벽이 있다. 행정 및 관련 업계는 방사선의 과학적 지식과 안전대책의 발신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을 확산시키는 접근법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고 후 원전이나 방사선 대책과 관계되는 행정이나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사회에 퍼졌다. 8년이 지나도 방사능이나 풍평이 관련되는 과제에 대해 냉정하게 논의해 널리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소지는 갖춰지지 않았다.(중략) 원전 추진의 국책사업 결과 초래된 고통을 제거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부과된 중대한 책임이다. 후쿠시마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속 질문을 해나가야 한다’.

후쿠시마원전사고 8주년을 맞으면서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원전안전신화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관점에서 원자력발전의 흑역사를 되돌아 보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미래를 향해 에너지전환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