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주력
- 작년 市 지원금 10억7000만 원도
- 94개 업체 중 지역 소재 16곳 혜택
- 서울 업체 74곳이 인센티브 ‘독식’

- 부산관광공사 지원책도 홍보 수준
- 업체 대부분 영세… 여행사 수만 늘어
- 시, 7월 문 열 관광기업지원센터 활용
- 업체 역량 강화 교육·지원 사업 고려

글로벌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은 관광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 여행업체에 지원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사이 지역 소규모 업체는 대자본을 갖춘 수도권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기술 발전이 불러온 트렌드에도 적응하지 못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여행업체의 체질 개선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인센티브도 서울 업체 독식

28일 부산시에 확인한 결과 현재 지역 여행업체를 위한 자체 지원 정책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모객 인센티브의 혜택은 사실상 서울 업체가 독식했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예산은 10억7000만 원 규모였는데, 총 94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부산지역 업체는 16곳으로 비중으로 따지면 17%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 업체 78곳 중에서는 서울 업체가 74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시는 사업 취지가 외국인 방문객 확보에 있는 만큼 규모가 큰 서울 업체에 유리했다고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 지역에 한정해 인센티브를 운영한 적 있지만, 업체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모객이 어려웠다”며 “지역 업체에 지원금 비중을 더 많이 부여하지만, 규모가 큰 서울 업체가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산관광공사의 지원책도 단편적인 수준에 그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부산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공모(부산관광 컨셉팅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 있지만 여행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업체는 개별적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살길을 모색한다. O여행사는 최근 크루즈 관광상품을 개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지역 업체 중에 세계 각국의 크루즈 관광상품을 판매할 능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여행사 대표인 강모 씨는 “주력 상품이었던 패키지는 이제 끝났다고 보면 된다. 업체 수가 늘고 있지만 오히려 업계의 영세성을 방증하는 역설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여행업체는 2014년 1195개에서 지난해 1543개로 29% 증가했다. 여행업은 자본금이 필요 없고 조그만 사무실만 있으면 누구든 창업할 수 있다. 수익이 줄면서 구조조정을 했고 이탈된 종업원이 업체를 차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전문가는 시가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업체 역량 강화 지원 절실

관광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행업계의 침체는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역 여행업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지역에서 양성한 인재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산업 기반도 탄탄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지역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신라대학교 장희정(국제관광학부) 교수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 크루즈 관광을 연계한 고급 여행상품과 특수 목적 상품을 개발하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여행업체와 직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가 기술 지원, 교육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시는 영세한 지역 여행업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오는 7월 영도구 씨사이드콤플렉스에 문을 열 관광기업지원센터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모사업 등을 통해 전통적인 여행업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여행업계가 기존 여행 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관광협회 장순복 부회장은 “여행업체를 통한 여행은 효율성과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장점이 있다”며 “선택 관광이나 쇼핑을 강요하지 않는 여행상품이 강화되면 패키지 상품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