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말부터 지역경제 침체
- 중화학공업으로 고도화도 놓쳐
- 80, 90년대 ‘암흑기’ 맞아 쇠락

- IMF 외환위기가 결정타
-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는
-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 휘청

- 상의, 어려움 속 신산업 육성
- 신공항 등에도 선제적 대응
- ‘위기를 기회로’ 희망 꽃피워

경공업화 시기에 우리나라의 산업 수도 역할을 하던 부산은 1970년대 말부터 침체로 접어들었다. 이후로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산은 아직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현안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왼쪽 사진부터 부산상의가 선물거래소 부산 유치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과 1998년 12월 삼성차 빅딜 저지 부산 경남 총궐기대회 모습, 2007년 동남권신국제공항추진협의회 회의 모습. 부산상의 제공

■급격하게 쇠락의 길로

고도 성장을 해오던 부산 경제는 1970년대 말부터 침체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역의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도시의 성장과 개발이 억제됐을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주요인이 됐다. 부산 내에서 공장의 신·증설, 기업 이전 땐 지방세가 5배 중과되면서 산업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고 중화학공업으로의 산업구조 고도화 흐름에도 동참하지 못했다.

더욱이 그간 고도 성장의 결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부산기업의 역외 이전이 본격화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기업의 부산 이탈은 1990년대까지 지속됐다. 1988년까지는 연평균 이전 업체 수가 12개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1989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해 연평균 140개의 기업이 역외로 이전했다.

1980년대 초의 불황과 정치적 격변기에 부산에 본사가 있던 동명목재와 국제상사가 정치적 압력으로 해체된 것도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그동안 지역 경제를 지탱해왔던 합판과 신발 산업이 몰락했고 급격하게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은 인구 이동과 함께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

주력 산업을 잃어버린 부산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침체를 겪어야 했다. 특히 성장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찾아 온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향토 기업의 연쇄 부도와 함께 지역 경제 전반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단적으로 지역의 1998년 1분기 부도 업체 수가 1224개로 월평균 408개사에 달했다. 1997년 월평균 부도 업체 수 161개사와 비교하면 무려 2.5배에 달했고, 엄청난 규모의 알짜 기업이 넘어졌다. 고금리와 신용 경색으로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이 급증했다.

여기에 대표 산업의 잇단 부진으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주력 산업인 조선업의 쇠락과 조선 관련 철강 및 금속가공 등 연관 산업의 침체로 지역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자동차부품 산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기 때마다 주요 역할

부산상공회의소와 지역 상공인은 부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자 다양한 현안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1980년대 초반부터 수도권에 대응할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항도투자금융㈜을 비롯해 부산생명보험 동남은행 제일투자신탁 같은 다수의 금융기관 설립을 주도하고 한국선물거래소를 유치했다. 녹산국가산업단지 조기 활성화와 강서구 3000만 ㎡ 개발제한구역 해제, 명례산업단지 조성 등 부족한 산업용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도 먼저 나섰다. 1992년 지역 상공인은 21세기 태평양시대에 걸맞은 국제도시 부산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이 필요함을 공식 제기하고 유치 활동을 펼쳤다. 2008년 지역 상공인이 주축이 돼 민간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설립하기도 했다.

1993년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진출 발표에 상의는 삼성자동차 유치 작업을 펼친 끝에 1998년 2월 첫 차 SM5가 출시됐다. 그러나 그해 12월 삼성자동차 빅딜이 공식화되면서 상의는 다시 시민단체와 힘을 합해 삼성자동차 빅딜 거부 운동을 전개했다. 2000년 4월 매각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경제성장률은 전국 경제성장률의 절반도 되지 않는 1.4%에 그쳤다. 이런 반 토막 성장률은 2012년 이후 7년째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30%에 육박하던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6%에 불과하다. 부산상의 허용도 회장은 “제2 도시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을 정도로 부산 경제는 최악의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지금도 앞으로도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봄은 겨울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부산의 기업과 기업인은 오뚝이 같은 기업가 정신으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고 어둠에서 희망을 찾아 부산경제가 다시 꽃피는 날을 맞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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