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된 국가 WTO 특혜 없애라
- 90일 내 진전 없으면… 일방 중단”
- 우리 농수산물 분야 타격 가능성

일본의 수출 규제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통상(무역)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제외’ 발언으로 추가 악재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말을 하며 팔짱을 끼고 있다. AP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무역대표부(USTR)에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 질서로 편입시키고자 ‘개도국에 특별 대우(S&D, 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 중이다. 농업 보조금 규제를 완화하거나 WTO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배려를 해주는 방식이다. 관세 감축 혜택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30일 자국과 무역 협상을 재개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도 개도국 지위로 혜택을 받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따라서 개도국에 특별 대우가 없어지면 우리나라는 농수산물 분야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국은 농업 부문 외에서는 개도국의 지위를 거의 활용하지 않아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특혜에 ‘WTO 분쟁 과정에서 배려를 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현실화되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WTO 제소를 준비 중인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개도국 지위)에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개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이 단행할 조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보면서 필요 시 이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