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1일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처를 WTO에 제소한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20일 “한국과 양자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양자 협의’를 우선 하도록 돼 있는 WTO 규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협의 요청에 응한다는 방침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 “수출 제한 조처를 강행한 일본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했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WTO 제소의 첫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제소장)를 상대국에게 보내는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주제네바 일본 대사관과 WTO 사무국에 요청서를 전달하했다. 피소국인 일본은 요청서를 수령한 날(지난 11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회신을 해야 하는데, 기한을 하루 남겨놓고 9일 만에 수락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통상 분쟁과 관련한 양측의 해소 노력은 첫 발을 떼게 됐다. 다만 일본이 수출 규제 해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국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양자 협의를 수용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과 시간 및 장소를 조율한다. 양자 협의는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 후 30일 이내에 개시하도록 돼 있다. 2개월 동안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양자 협의에서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WTO에 패널(재판부)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양자 협의를 포함해 패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5개월 정도 걸린다. 패널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가면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2, 3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