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출신 귀화한 이건호 대표
- 한국선급 근무 뒤 2016년 창업
- 서프보드 등에 다는 추진 장치
- 워터젯 기반 장비 내부에 설치
- 장애물 피해 줄고 안정성 높여
- 美·호주 등 겨냥 내년 1월 첫선
- 카본 활용한 경량화 부품 개발
- 자동차·항공 등 판로 확장 포부
건호엔지니어링 이건호(42) 대표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이란 출신의 이 대표는 1999년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2007년 귀화해 한국인이 됐다. 한국에서 조선공학과 관련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선급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꿈을 좇아 2016년 창업했다”며 “조선산업의 틈새 시장을 찾아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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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엔지니어링 이건호가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제품 생산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건호엔지니어링의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조선 부문 연구·개발(R&D) 사업은 물론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강도는 유지하되 무게가 더 가벼운 소재 가공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부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레저용 선박 기술 고도화
이 대표는 대형 선박 건조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내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1인 레저용 장비다. 서프보드 등에 추진 장치를 다는 방식으로, 장애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대형 선박의 추진 장치는 글로벌 기업 3, 4곳이 독점하는 구조”라며 “해양 레저 등 소형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호엔지니어링은 워터젯 기반의 추진 장치를 개발했다. 물을 빨아들여 강하게 분사하는 방식이다. 프로펠러 등이 밖으로 돌출된 모터 추진 방식을 베이스로 한 장비보다 안전하고 실용적이다. 워터젯 추진 장치 대부분은 장비 내부에 설치되고, 외부에는 노즐만 돌출된다. 따라서 장애물에 잘 걸리지 않아 얕은 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워터젯 추진 장치부터 시작해 조향 장치와 컨트롤러, 배터리와 엔진 등을 모두 개발했다. 이 제품은 내년 1월 출시 예정이다. 이 대표는 내수 시장보다 수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해양레저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형 선박에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호주나 미국, 유럽 등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 추진 체계는 해상 드론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해양레저 부문보다 해상 드론이나 수중 탐사 장비로 활용처가 많을 것”이라며 “군의 특수 임무나 기상 상황을 분석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건호엔지니어링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현재 선박과 관련한 기술 서비스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 기획부터 설계, 성능 평가와 시제품 양산까지 건호엔지니어링을 통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를테면 프로펠러를 설계한 뒤 유체 구조 해석과 시험을 거쳐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를 찾아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일원화한 것이다.
■카본 내구성 확보, 일본 진출 눈앞
이 대표의 올해 주력 상품은 카본 기반의 기계 부품이다. 현재 카본 소재를 활용해 볼트와 스프링 등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깨지거나 마모되기 쉬운 카본 소재의 내구성을 확보했다. 길이 4㎝ 크기의 볼트 하나가 1만1000㎏의 압력을 견딜 수 있다. 이 제품은 기존 금속 재질의 볼트를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LNG 추진선 등 연료 체계 변화에 따라 경량화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데, 카본 소재의 부품이 업계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현재 일본의 대기업 완성차 업체 4곳과 납품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안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 납품을 논의 중인 일본 대기업 한 곳은 카본 외에 다른 소재를 활용한 기술 개발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카본 소재는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과 항공 등에 활용처가 다양하다. 선박의 경우 바닷물로 인한 부식을 방지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카본이 부식에 강하다는 특성을 보여 선박 구조물의 유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모두 카본 기반의 부품으로 교체할 때 400t 항공기를 기준으로 무게를 400㎏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기계부품은 기하학적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므로 카본 기반의 기계부품군의 기술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아직 관련 시장이 열리지 않아 기술 인증 등 공식적인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본 기업들에 납품을 성공한다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