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주문 앱 요기요·배달통 이어
-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합병 완료
- 국내시장 점유율 90% 이상 추정

- DH 독점으로 중개료 인상 우려
- 배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 경쟁 사라져 혜택 축소될 전망

최근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2·3위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DH)에 인수됐다. 이들 회사의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배달 공룡’의 탄생이 배달 앱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배달 앱 1, 2위의 결합

우아한형제들과 DH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내용을 포함한 협약을 맺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 원)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두 회사가 지분 합작으로 설립하는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맡기로 했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지난해 기준 10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배달의민족이 55~60%, 딜리버리 히어로(DH) 코리아의 요기요와 배달통이 합산해 40~45%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배달 앱 브랜드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 히어로의 자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는 2011년 알지피코리아로 출발해 요기요를 선보였고 이후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렸다. 이번에 배달의민족까지 흡수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 됐다.

이번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등 기업결합심사 기준에 따라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일각에서는 두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합병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배달 앱 시장 독과점 우려도

두 회사는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각사의 서비스를 현재처럼 독자적으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이 배달 시장에 가져올 변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는 중개 수수료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은 다른 수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점주가 선택해 입점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 회사가 되면 수수료를 올려도 무조건 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배달 앱이 점주를 유치하려 수수료를 우대하거나 할인 행사를 기획하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역시 중개 수수료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이나 배달비 인상, 그동안 앱 간 경쟁으로 주어진 할인 등 각종 혜택 축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6일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두고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 민족과 딜리버리 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엄정히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불황 등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며 이제는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부족한 배달업 종사 소상공인들에게 매달 빠져나가는 배달앱 수수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딜리버리 히어로가 광고료 및 서비스료 인상 등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모든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기업결합 심사에 신중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 앱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우아한형제들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김범준 부사장은 17일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합병을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달 앱이 수시로 수수료 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광고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