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스커피 행사도 사흘째 동나
- 추구 가치 따라 아낌없이 소비
- 희소성 찾는 새 문화현상으로

최근 스타벅스와 할리스 등 커피 브랜드가 내놓은 이벤트용 굿즈(goods·기획 상품)가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이들 굿즈를 획득하기 위한 비이성적인 소비마저 주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 극단화’라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바라본다.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 증정품 ‘서머 레디백’(왼쪽)와 할리스커피의 ‘릴렉스체어&파라솔 세트’. 각 사 제공

스타벅스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7월 22일까지 여름 e-프리퀀시 행사를 한다고 25일 밝혔다. 계절 음료를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하면 작은 여행용 가방 ‘서머 레디백’ 2종과 캠핑용 의자 ‘서머 체어’ 3종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레디백이 인기를 끌면서 이벤트를 시작한 지 사흘도 안 돼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최저 가격(6만8700원)으로 음료 17잔을 한꺼번에 사는 팁이 공유되고 지난 22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선 한 고객이 한 번에 커피 300잔을 구매한 후 레디백만 받고 돌아가면서 주문한 커피가 전량 폐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스타벅스 서면중앙점 관계자는 “레디백을 구하려고 아침 7시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레디백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최대 배 이상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다. 이날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거래 글만 770건이 넘는다.

비슷한 일은 할리스 커피에서도 일어났다. 할리스커피는 지난 12일부터 음료 등 1만 원 이상을 구매하면 캠핑에 쓸 수 있는 ‘릴렉스체어&파라솔 세트’를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이번에도 이를 구하려는 고객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사례가 속출했다. 할리스커피 부산서면본점 관계자는 “파라솔 세트는 이벤트 시작 직후 사흘 만에 다 팔렸지만 지금도 계속 제품을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신(新) 소비 양극화’라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해석한다. 흔히 소비 양극화는 소득 수준에 따른 소비 불평등을 지적하는 말이었지만, 이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전혀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이는 새로운 의미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최근 화제가 된 ‘샤넬 오픈런(샤넬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뛰어가 줄을 서는 것)’처럼 자기 표현에 사용되는 물건을 사면서 ‘나심비(나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나 ‘플렉스(돈을 쓰면서 자랑한다는 뜻)’ 문화를 추구하지만 나머지 물건에 대해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저렴한 제품을 찾는 식으로 극단적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동의대 조상리(유통물류학) 교수는 “음식은 편의점에서 가성비를 따지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의 극단화, 양극화 현상의 일단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