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의 공영화가 물거품 되면서 열악한 작업 환경과 후진적인 위생시설 등을 개선할 수 있는 현대화사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2013년 부산시가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된 공영화 논의가 8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데 대해 시와 공동어시장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전경. 국제신문DB

27일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공동어시장 현대화 및 공영화사업은 2013년 시가 공동어시장 공영화를 전제로 한 시 주체의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공동어시장에 출자한 5개 수협(조합공동법인)은 2017년 9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했다가 이듬해 11월 용역을 중단했다. 조합공동법인 측은 중간설계안에 따라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시는 시설 규모 축소를 주장하고 나서서다. 지지부진하던 공동어시장 공영화 논의는 민선 7기 시정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탔고, 2019년 6월 양 기관의 업무협약을 거치면서 시가 주도적으로 공영화 및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시와 조합공동법인 간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지난 1월 양측 모두 인정한 청산비용 1207억 원에 대한 지급 방식에 또다시 의견이 엇갈렸고, 최근 조합공동법인 측이 시에 ‘민간 개발 방식의 현대화사업’을 통보하면서 사실상 공영화는 끝이 났다.

현재로서는 민간도매시장으로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비 지원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로 지적된다. 현대화사업비 1729억 원은 국비 70%·시비 20%·자부담 10%로 확정됐지만, 이는 공영화를 전제로 한 분담률이다. 시 관계자는 “민영도매시장 개설 시 국비 지원이 70%가 된 사례가 없다. 해수부에 관련 사항을 보고했고 내부 검토 후 기획재정부와 국비 분담률을 협의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동어시장의 현대화사업은 부산시민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유통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인데 지난 8년 동안 한발자국도 진행되지 못하고 다시 도돌이표다”며 “최근 발생한 공동어시장 코로나19 집단감염 등도 결국 현대화사업이 늦어지면서 악화된 원인도 있는 만큼 협상의 주체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시설 현대화가 늦어지는 부문은 부산시민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