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분이 검출된 뒤에도 4년 동안 미뤄져 왔던 부산역 조차장(철로에서 객차나 화차의 분리·연결 등이 이뤄지는 곳) 오염부지 정화가 본격화된다. 해당 부지를 소유한 국가철도공단(KR)은 내달 중,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달 중 각각 사업자를 선정한 뒤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북항 2단계 재개발 때 부산역 조차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 그 곳에 업무·상업시설·공원 등이 들어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차장 오염부지 정화는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18일 KR은 현재 정화작업 수행자를 공모 중이며 내달 17일 개찰 후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용역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6개 월이어서 내년 중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KR은 입찰 희망업체가 많아 유찰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R은 오염토양의 정화검증을 맡을 기관 공모를 끝냈다. 19곳이 응찰했으며 KR은 계약조건 협의 등을 거쳐 조만간 1곳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KR이 수행할 정화대상 면적은 조사 대상 부지 6만4000㎡ 가운데 심하게 오염된 사실이 드러난 1077.93㎡다. 이 곳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발암물질인 납이 최고 8554mg/㎏, 1033mg/㎏까지 검출됐다. 이는 각각의 기준치인 2000mg/㎏와 700mg/㎏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따라서 사업의 지향점은 법에 규정되어 있는 ‘토양오염우려기준’(3지역) 이내로 정화해 오염 확산에 의한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것에 맞춰졌다.

코레일은 25일 사업설명회(부산역)을 거쳐 오는 29일 개찰을 한다. 이어 착수일로부터 180일 내에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지는 부산역 조차장 내 토양 170㎡이며 납 검출 수치는 1122mg/㎏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코레일은 관련 인허가 신청, 시료채취·분석·측량, 오염토양 굴착·운반·복구, 토양 세척, 정화검증, 작업 완료 보고 등의 순으로 과정을 진행한다.

부산역 조차장의 토양오염은 2018년 부산 중구청의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또 2020년 6월 정밀측정에서도 이 곳의 토지가 심하게 오염되어 있음이 재차 드러났다. 이에 중구청은 2020년 8월 KR과 코레일에 오염토지를 정화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레일은 해당 부지에 대한 정화 책임이 없다며 부산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2월 기각됐다. 이후 두 기관은 지난해 11월 토양오염이 확인된 부지 중 코레일 소유인 땅은 코레일이, 해양수산부 등 국가가 소유한 땅은 KR이 정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시는 현재 북항 2단계 재개발 권역인 부산역 조차장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해당 부지에 ‘유라시아 국제비즈니스 혁신지구’를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를 위해 원도심과 북항을 연계하는 입체 보행공간을 조성하고 금융·해양물류, 비즈니스 지원시설을 유치한다. 또 기존 철도시설은 철도역사공원과 문화콤플렉스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