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금형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부산경남금형공업협동조합 제공

금형조합은 최근 부산시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참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사업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뿌리 산업’의 육성을 위해 진행된다. 공모에 선정된 조합은 국·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의 경우에는 기존에 동종·관련 업체가 집적화되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금형산업은 1960년대 럭키금성(현 LG)이 동래구에 신축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이후 럭키금성 공장은 1982년 경남 창원시로 이전했지만, 부산의 금형산업은 1990년 들어 당시 일본의 기술을 잇따라 국산화하면서 발전했다. 2010년 이후 중국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실제 지역을 대표하던 대형 업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금형조합에 따르면 매출 400억 원대를 기록한 A업체가 경영난으로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 업체는 급속도로 성장한 탓에 납품 단가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2019년에도 매출 200억 원대를 기록한 부산지역의 B업체 역시 문을 닫았다. 오랫동안 부산을 대표하는 금형업체로 인정받았던 곳이었기에 지역산업에 충격이 심했다는 게 금형조합 측의 설명이다. 당시 70명에 달하던 기술자들 역시 업계를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형조합 우정훈 이사는 “일감이 많은 수도권의 발전세가 강하다”며 “대형 업체 한 곳이 문 닫으면 소규모 협력업체가 줄줄이 위기에 빠진다. 최근 각광받는 전자·자동차·조선 등 산업 발전을 위해선 금형 산업 부활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금형조합은 이번 특화단지 조성에 성공하면 고가장비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소규모 금형업체가 일감을 받아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 관련 업체 임직원 복지 등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3D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직장을 떠나는 젊은 노동력을 키워낼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업체가 사용하는 소모품과 공구를 공동구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유통단계를 줄여 업체의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형조합은 이러한 내용을 이번 공모에 사업계획서로 제출하며 68억 원을 신청했다.

부산시 제조혁신과 김차섭 팀장은 “부산에서는 금형조합을 포함해 현재까지 4개의 뿌리산업 관련 조합이 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한 상태이며, 최근 산업부의 실사가 진행됐다”며 “실제 지원 금액은 조정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