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촌연구부 등 현장중심 부서 신설
- 공정운영위 꾸려 소통 강화 노력도

“앞으로 3, 4년이 해양수산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는 골든타임입니다. 현장에 뛰어들어 첨단기술과 과학을 바탕으로 현안을 연구하는 문제해결형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종덕 원장이 조직 개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장으로 취임한 김종덕(57) 원장은 ‘현장과 기술’을 열쇳말로 꼽았다. KMI는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해양·수산·해운·항만·물류 등 바다와 관련한 전 분야의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취임 후 김 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개편이다. 현장을 연구하는 어촌연구부와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를 신설하고, 다소 개념적인 주제를 다루는 종합정책연구본부와 경제전망연구부를 통합했다. 그는 “친환경 최첨단 글로벌 물류망 확보, 탄소제로 사회 실현 과정에서 해양의 역할, 섬과 어촌 혁신, 해양권익 보호 등에 대해 실기하지 않고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미래 정책을 만들 수 없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우리가 ‘초격차’를 가질 수 있는 부문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조직의 체질 개선이다. 모든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처리되고 전 연구원이 평등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꾸고자 했다. 취임하자마자 공정운영위원회를 꾸려 불공정한 처우를 받았다고 느끼면 익명으로 문제를 제기, 온라인을 통해 함께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도 반드시 전 조직원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

왜 이처럼 수고로운 과정을 거치는 걸까. 김 원장은 “KMI는 연구 기관이다. 조직 내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양질의 연구 결과물을 만들기 어렵다”며 “특히 연구원 과반이 30대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평등하게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임직원 350명 정도가 모인,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조직이다. 온라인 화상회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되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처음에 ‘이게 될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참여율이 50% 이상이다”고 말했다.

조직을 평등하고 투명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권위를 내려놓아야 했다. 원장 단독으로 쓰던 1층 입구 근처 주차장과 원장실 단상을 없앤 게 첫 출발이었다. 그는 “원장실에서 누군가를 맞이하려면 항상 위에서 내려오는 형태였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없앴다”며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직접 부서를 찾아 의견을 듣는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당황하고 불편해 하는 듯 했지만, 이제는 편하게 어울린다”고 떠올렸다.

김 원장은 부산 동인고와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 농공학과(석사), 일본대 해양건축공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97년 KMI가 해운산업연구원, 해양연구원 해양정책연구 기능, 농촌경제연구원 수산연구 기능 등을 통합해 출범할 당시에 연구원으로 합류한 원년 멤버다. 기획조정본부장, 정책동향 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