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전 적자 구도서 작년순익 395억
- 창립 이래 2년 연속 최고 실적 달성
- “정부 CPTPP 가입 추진은 신중해야”
- 수산물 유통 대형시설 건설 포부도

기업이든 단체든 적자 상태에 있던 어떤 조직이 단시일 내 흑자로 돌아서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구나 해당 기구가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이들이 참가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현이 희박해 보이던 일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달 1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사례다.

최근 창립 60주년을 맞은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이 취임 이후 성과와 앞으로의 수협중앙회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수협중앙회는 현재 25대 임준택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4년 임기의 수장 자리에 2019년 3월 취임했다. 이 기간 임 회장은 많은 일을 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 성과다. 취임 전인 2018년 14억 원 적자를 냈던 경제사업 분야는 2019년 이후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63억 원의 세전이익이 발생했다. 2021년 중앙회 전체의 결산 실적은 세전당기순이익 395억 원(내부유보금 포함 때는 1205억 원)으로 창립 이래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새로 써가고 있다.

누구나 놀라는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임 회장은 “기업인으로서의 감각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수산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젊은 시절 맨주먹으로 업계에 뛰어 든 뒤 뚝심과 열정으로 부산의 대진수산 등 우량기업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기업가 정신을 수협중앙회에 접목했더니 이전에 달성 못했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추진할 업무 방향에 대해서도 임 회장은 자신만만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공적자금 조기상환’이다. 수협은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을 빌렸다. 분할상환기간은 2028년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은 “공적자금을 빨리 갚지 않고서는 수협중앙회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로서는 수협은행의 이익이 전액 빚 청산에 투입되기 때문에 어업인을 위한 어떤 사업도 할 수가 없다.

그는 “완전 상환 시기를 애초보다 6년 앞당긴 올해 말로 정했다”며 “이렇게 되면 매년 연간 2000억~3000억 원을 어업인에게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금액은 올해 해양수산부 수산예산(2조8337억 원)의 10%에 이르는 수준이어서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수협중앙회가 담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현재 농수축산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시도에 대해서는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정부와 합의점을 찾아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CPTPP에 가입하면 회원국들은 현재 우리나라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철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한 뒤 “이는 국내 수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단호한 각오를 드러냈다. 아울러 국방부의 군급식 경쟁조달, 풍력발전 시설 설치로 인한 어민 피해 발생 우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추진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도 수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서 경매와 판매 등의 기능이 한데 뒤섞여 있는 기존 도매시장이 아니라 모든 수산물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시설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 회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한다. 주중에는 수협중앙회 업무를 수행하고 주말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기업을 챙긴다. 우리나라의 6개 주요 조합으로 구성된 한국협동조합협의회 회장직 등 별도 분야에도 남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심지인 고향 발전에도 큰 열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 회장의 모든 관심은 수협중앙회의 위상 정립과 수산인이 잘 사는 세상 건설에 쏠려 있다. 그는 “회장으로 있는 동안 수협중앙회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경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놓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부산으로 내려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부산 소재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