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 근접
- 스티커 쇼크가 보복소비 압도
- 금통위, 0.5%P 인상 등 판가름
6월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로 높은 6.0%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당장 한국은행이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관건은 0.25% 포인트 인상해오던 방식을 이어갈지, 한 번에 0.5% 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지 여부다.
그간 물가 관리에 방점을 찍고 통화정책 방향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한은으로서는 하반기 물가 오름세 전망을 감안하면 사상 최초의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도 6%대 물가 상승률, 4%에 근접한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빅스텝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와 과잉 대응(overkill)-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급등의 의미와 전망’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경착륙하면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이 나타나고, 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후퇴) 국면 진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선방했던 것은 수출이 높은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지만 하반기 수출 경기 하강이 예상돼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소비 부문의 강한 회복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가계 부채는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해 만약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면 취약 차주의 채무불이행은 물론 가계 전반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소비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이와 함께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현상인 ‘스티커 쇼크’가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며 보복 소비로 인한 소비 회복이 기대됐으나 고물가에 따라 소비 심리가 냉각됐다는 것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서민과 기업의 이자 부담 및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우려를 근거로 한은 금통위가 0.25%포인트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ING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한은이 빅스텝 없이 올해 연말까지 네 차례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한 바 있어 섣부른 빅스텝을 전망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