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조건부 자동화 수준인 레벨3 자율주행차(제네시스 G90) 판매를 준비하는 등 관련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이 9일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레벨4(고도자동화)의 경우 선두 주자인 미국과 중국보다 기술력이 뒤처진다”며 “선도국가들과의 격차 축소를 위한 R&D 확대와 주행데이터 축적을 위한 규제 완화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AIA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GM크루즈가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무인 택시 사업 면허를 취득했고 구글 웨이모는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에서 무인차량을 이용한 배차서비스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확대 중이다.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시에서 유료 무인 택시 시험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7월에는 2023년 생산 계획인 레벨4 자율주행 양산차를 공개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경우 현대는 지난 6월에야 강남구 일대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여타 기업들의 시범사업은 정해진 노선을 주행하는 ‘노선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율주행기술 종합 순위 1, 2위는 미국 기업인 웨이모, 엔비디아가 각각 차지했으며, 3위는 미국과 독일 합작사인 아르고AI였다. 중국 바이두가 4위, 미국 크루즈가 5위였으며 한국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 합작한 모셔널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각각 7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27년까지 이뤄지는 정부 투자가 1조1000억 원, 2025년까지 현대차 등 기업 투자가 1조600억 원이다.

정 회장은 “2025년 레벨4 대중교통 상용화와 2027년 레벨4 상용화 달성을 위해 민관의 투자 확대는 물론 대규모 자율주행차 시범운영 지역 구축 등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는 신현성 국토교통부 주무관이 “완전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레벨 4 자율주행차 성능인증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통신·정밀도로지도 등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확충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민간이 자유롭게 자율주행 기술을 실증하고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범운행지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이지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시운행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상용화를 뒷받침할 수 있고 다양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안전기준 등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개선을 위해 날씨, 외부보행자 안전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한 자율차 운행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해 안전성 확보의 근거 데이터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고려하고 있는 사항들 외에도 윤리적 문제, 외부보행자 보호,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방안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신재곤 사업단장은 “관련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1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억 원 이상이 필요하나, 우리의 자율주행 택시 시범사업 이용금액은 1000~2000원 수준으로 수익 창출이 매우 어려워 투자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 창출 모델 구축이 시급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