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5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상반기에 무려 14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 구입비 등은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전기판매 수익은 정체 현상을 보인 데 따른 결과다. 이미 고강도 자구노력을 진행 중인 한전은 상반기 참담한 실적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고 자체 진단을 내렸다.

●영업손실액, 1년간 14조1160억 원 증가

한전은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14조3033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한전은 올해 1분기 이미 7조78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873억 원 영업적자)보다 무려 76배(7536%)나 확대된 것이다. 적자액이 불과 1년 만에 14조1160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전의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전기판매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조5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연료비·전력구입비는 16조5000억 원이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전기판매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26조967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9조4686억 원으로 2조5015억 원 늘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9.3%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연료비는 지난해 상반기 7조904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4조7283억 원으로 6조8239억 원(86.3%)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전력구입비도 9조3094억 원에서 18조9969억 원으로 9조6875억 원(104.1%)이나 폭증했다.

한전은 “LNG와 유연탄 등 국제연료가 급등 영향으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었다”며 “기타 영업비용도 발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9119억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자구노력만으로 실적을 가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토로했다. 절감 가능한 비용의 비중이 매우 낮고, 투자시기 조정에 따른 투자비 절감액과 자산매각에 따른 대금은 그 성격상 바로 영업손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28조6848억 원)보다 3조3073억 원(11.5%) 증가한 31조9921억 원에 머물렀다. 한전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에도 3조 원대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절체절명의 위기…전기요금 개편 체계 변화 필요”

이날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한전은 이례적으로 ‘초위기’ 상황에 대한 입장도 별도로 밝혔다.

한전은 “국제 연료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개별 기업으로서의 경영 악화와 생존 문제가 아닌 국가 전력생태계 전반의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지속가능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전기요금 개편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현재 한전은 전력그룹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출자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투자사업 시기 조정과 비용 절감 등 총 6조 원 규모의 자구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전반의 경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계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