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수출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자 역대 최대인 351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물류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를 기업당 최대 2000만 원 한도로 지급하고,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는 특별 저리융자를 제공한다. 부산신항의 수출화물 반입 허용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소·중견 수출기업 750곳에 물류비 추가 지원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관계부처 합동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반도체·에너지 등 3대 리스크를 중점 관리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무역수지는 최근 4개월(4~7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8월 들어서도 1일부터 20일까지 102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14년 여 만에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수출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무역보험 연간 체결 한도를 상향 조정해 최대 351조 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7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해당 금액을 301조 원으로 정했는데 한 달 만에 50조 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증 한도는 현재 50억 원(중소·중견기업 공통)에서 70억 원(중소기업 기준) 또는 100억 원(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는 오는 9~12월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수출기업의 원자재 수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대상 품목은 현재 주요 자원·시설재·공장자동화 물품에서 제조기업에 한해 사치·소비재를 제외한 전체 품목으로 확대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소·중견 수출기업 750곳에 물류비를 추가 지원한다. 기업당 최대 2000만 원 한도로 물류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는 600억 원의 특별 저리융자도 제공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에 앞서 항만물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 10월 가동

장치율(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을 고려해 부산신항의 수출화물 반입 허용 기간을 3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해당 기간이 늘어나면 창고 보관료 등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인증 획득 비용을 지원하고 대규모 온·오프라인 연계(O2O) 수출상담회인 ‘붐업 수출 코리아’를 오는 11월에 개최한다. 온라인 수출 업무를 대행하는 ‘디지털 무역상사’ 100곳을 내년에 선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1만 명의 디지털 무역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대중국 수출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에너지 가격 급등을 3대 리스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중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서비스 등 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 반도체의 경우 기업 투자를 총력 지원하고 10년간 인력 15만 명 양성과 시스템반도체 선도기술 확보 지원도 강화한다.

에너지는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석유를 액화석유가스(LPG)·바이오 연료 등 다른 연료로 대체해 에너지 수입액을 절감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관합동 수출지원 체계를 구축하고자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도 오는 10월 가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