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의 퇴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국토교통부가 감사 내용을 사전 공포한 것은 표적감사이며 감사를 주도한 담당자가 권 사장의 사의 표명 후 며칠 만에 승진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HUG 사장의 중도 퇴진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특히 허 의원은 국토부가 지난달 29일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HUG 간부를 형사고발 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자료에는 권 사장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공사의 담당 간부 외에도 사장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감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국토부가 HUG에 대한 감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세부 내용을 배포한 행위는 정치적 표적감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HUG 간부가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아무런 근거 없이 4단계나 올려주는 특혜를 주는 바람에 13억2000억 원의 보증료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신용등급 상향은 HUG의 비상설기구인 ‘등급조정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되는 만큼 한 명의 간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허 의원은 이와 함께 권 사장이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에 HUG 감사를 담당했던 국토부 과장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인사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감사 시기를 고려하면 외부에 ‘보은인사’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허 의원은 “감사 중간 내용을 외부로 공포하는 것도 전례가 없거니와 사장이 물러나자 감사를 이끈 공직자가 곧바로 승진하는 사례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며 “국토부 감사는 사장을 찍어 내리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UG 권 사장은 지난 2021년 4월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4년 4월까지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던 공기업 수장의 중도 퇴진은 지난 8월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지난달 23일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