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공후 미분양’ 850세대 달해
- 건설자금조달지수 15P ↓ 72
- 지가 상승률 27개월 만에 최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부산지역에도 미분양으로 인한 ‘줍줍’ 아파트가 노골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분양 위험이 커지면서 지역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 1·2순위 접수를 끝낸 A아파트가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선착순 분양을 한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A아파트는 많은 관심 속에 분양했으나 일부 타입의 청약 접수가 미달됐으며, 현재 아무 조건 없이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최근 몇 년간 주택 경기가 호황을 누리며 부산지역은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완판’되는 경우가 많았고, 미분양 물량이 남더라도 조용히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이처럼 대놓고 ‘줍줍 아파트’임을 홍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비역세권이나 중소 브랜드의 소규모 단지는 미분양 물량이 꽤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건설사마다 이를 해소하느라 비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921세대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1973세대로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1월 726세대에서 지난달 850세대로 집계됐다. 통상 건설사들이 착공 후 분양을 통해 대출금과 공사비를 충당하는 만큼, 공사가 완료된 이후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시의 미분양 통계는 시내 공동주택(아파트·주거용 주상복합)을 대상으로 집계한다.

또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미분양 리스크 완화를 위해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에 사하구가 포함됐다. 부산에서 미분양 관리지역이 나온 것은 2020년 7월(부산진구)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지난달 기준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사하구가 550세대로 가장 많았고 동구(438세대), 사상구(199세대), 서구(192세대), 부산진구(165세대) 등도 물량이 많았다.

문제는 미분양이 발생한 아파트가 대부분 300세대 안팎의 소규모 단지로, 중소 건설사가 사업을 벌인 곳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3중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사업 부담이 커진 데다, 주택 경기 하락으로 수주량이 줄고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는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분양 물량까지 더해지면 중소·중견 건설사는 자금줄이 막혀 최악의 경우 부도에 이를 수 있다. 중소 건설사가 대다수인 부산지역에서는 줄도산의 우려까지 제기된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달 건설경기실사지수(CBSI) 중 건설자금조달지수는 전월보다 15P 하락한 72로, 2년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산지역의 3분기 지가 상승률 또한 27개 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0.71%를 기록, 2020년 2분기(0.71%) 이후 처음으로 0.70%대를 나타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으나 주택 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안보여 상황이 장기화될 것 같다”며 “특히 입지와 브랜드, 규모 면에서 대기업에 밀리는 중소 건설사들의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