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촌 소멸이란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정주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농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연령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이 소멸지역에 처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농촌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그러나 농촌 소멸이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이유는 농업 없이는 ‘식량 안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먹거리 산업이 위협을 받는다면 사회의 존립도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이 같은 위기감에서 나온 정책이 정부의 ‘스마트 팜’(Smart Farm) 조성 계획이다. 초점은 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 등 모든 단계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데 맞춰져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스마트팜을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에 포함한 바 있다.

경북 상주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경북 상주의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한 청년 교육생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북 상주와 경남 밀양, 전남 고흥, 전북 김제 등 4곳에 스마트팜이 만들어져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지난해 12월 15일 완공된 이곳의 크기는 42.7㏊다. 청년창업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지원센터. 실증단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조만간 입주자를 위한 문화거리가 조성된다. 특화전략은 농업용 로봇 가동 및 실증, 병해충 연구, 플랜트 수출 등으로 정해졌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은 청년창업보육센터다.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이 미래 농업의 꿈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매년 52명이 선발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딸기 토마토 오이 멜론을 키운다. 교육 기간은 20개월(입문 2개월, 실습 6개월, 경영 12개월)이다. 청년창업보육센터 참가 경쟁률은 상당히 높다. 새 교육생을 뽑을 때마다 지원자가 넘친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업이 예상과 달리 청년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청년창업보육센터를 거친 36명과 기존 농업인 42명이 실제로 영농을 하는 곳이다. 연 280만 원의 비용으로 0.5㏊를 임대받는다. 이들은 36개 월간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6차 산업화한 농업을 현실에 적응할 것인가에 매달리게 된다. 유리 및 비닐온실이 들어선 실증단지에서는 시설재, 기계장치, 농업용 로봇 등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각종 실험이 이뤄진다. 농업 관련 기관과 기업, 대학 등이 최대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수 개월 간 혹독한 교육과 실습을 거쳤다 해도 청년들이 성공적인 농업을 영위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해줄 수 없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이전에 농촌에서 살거나 농업 관련 학과를 다닌 적도 없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청년들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이곳에서 흘린 땀과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까닭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경북도 상주시 농협 등도 스마트팜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이곳을 첨단 농업용 로봇·수출용 플랜트 실증단지, 첨단 기술 수출 전진기지 등으로 키우기로 했다. 또 전국 4곳의 성과를 분석한 뒤 추가 조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청년농과 귀농인을 위한 주거 공간 마련 등을 계획하고 있다. 농협은 농업인이 빠르게 6차 산업 체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마트농업 지원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2024년까지 시·도 권역별로 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의 스마트농업 확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