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 없이 고용 한파 확산세

- 대기업 직장인 21% "불안"
- 부실징후 기업도 25곳 증가

고용 한파가 동남권과 수도권 등 지역·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몰아친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기업과 서민 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정부의 선제적 대책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연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부산은행은 희망퇴직 규모가 100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감원 칼바람’은 특히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2400명가량이 직장을 떠날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 사하구 철강 제조업체 A사도 지난 10월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직원의 10%가량인 20명을 감원했고, 내년에도 채용을 취소 또는 축소하기로 했다. 해운대구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체 B사는 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직원 2명을 줄였다. 부산진구 석유 판매업체인 C사는 최근 3명을 감원했고, 내년 채용 계획도 불투명하다.

해운업체인 HMM(옛 현대상선)은 희망퇴직 촉진을 위해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받았다.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때 최대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는 내년 해운업계 침체 전망에 따른 선제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도 구조조정 한파에 떤다.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가전 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는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 자율 휴직제 시행을 검토 중이다.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감도 확산한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2명(대기업 159명, 중견기업 260명, 중소기업 697명, 스타트업 86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경기 침체 상황 속 직장인의 고용 불안감’ 설문에서 대기업 재직자 중 20.8%가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조만간 가능성 있다’는 응답도 32.7%에 달했다.

기업도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 위험을 평가한 결과 185개 사가 부실 징후 기업(C·D등급)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25개 사가 증가한 수치다. 부실 징후 기업 중 C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큼)은 전년보다 5개 사 늘어난 84개 사, D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작음)은 20개 사가 증가한 101개 사였다. 규모별로는 대기업(금융권 신용 공여 500억 원 이상)이 2개 사, 중소기업(〃 500억 원 미만)이 183개 사였다.

주요 업종별 부실 징후 기업 (단위=개) 구분 2020년 2021년 2022년 기계장비 12 17 20 금속가공 17 21 16 부동산 13 3 15 도매·중개 13 7 13 기타 운송장비 5 11 13 식료품제조 3 5 13 화학제조 4 6 9 자동차 12 16 9 기타 78 74 77 ※자료 : 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