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데믹 기류 속 패션욕구 분출

올겨울 매서운 한파에도 보온력 높은 ‘롱 패딩’ 대신 ‘크롭 패딩’(사진)이 인기를 끈다. 일부 상품은 웃돈을 주고 구매할 정도다.

지난 28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부산진구 서면 일대를 둘러보니 크롭 패딩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저기온이 1도일 만큼 칼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상의 기장이 짧은 크롭 패딩을 입은 2030세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예전엔 기장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 패딩이 대세였지만, 이젠 짧은 크롭 패딩에 하이웨스트 하의를 매치한 젊은 층이 훨씬 많아졌다. 크롭 패딩 인기를 반영하듯 SNS에는 ‘얼죽크(얼어 죽어도 크롭)’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크롭 열풍은 인기 제품 사례를 들여다보면 더욱 와닿는다. 지난 15일 서울 한 백화점은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크롭 패딩 점퍼인 ‘화이트라벨 노벨티 눕시 다운 자켓’ 210벌을 한정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이날 백화점은 행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 시작 전 오픈 런을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선 데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한 소비자는 “인파에 밀려 압박감이 들 정도였다. ‘밀어’라는 소리가 들려 무서웠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 27일 기준 한정판 거래 사이트 ‘KREAM’에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가장 인기 있는 크림 색상은 정가 29만8000원보다 40만 원 이상 비싼 74만5000원에 판매됐다. 재고가 없어 정가의 배 이상 가격에도 리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크롭 패딩은 보온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장이 짧아 바람을 막기 어렵다. 그래도 많은 소비자가 크롭 패딩을 찾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꾸밈 욕구’가 엔데믹 영향으로 되살아났다고 봤다.

부산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무릎까지 기장이 내려오는 롱 패딩이 유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봄여름부터 유행한 크롭 패션 덕에 겨울에도 기장이 짧은 패딩이 유행한다”며 “엔데믹으로 연말 모임과 외출이 활발한 만큼 맵시와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크롭 패딩 선호가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