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시공사가 가계약 때보다 3.3㎡당 450만 원 이상 올려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공사비를 제시했다가 계약을 해지당했다. 자잿값 인상을 비롯한 물가 상승 등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부산 부산진구 촉진 2-1구역 주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임시총회를 열어 ‘GS건설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20일 밝혔다. 조합 측은 다른 건설사에 상황을 설명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새 시공사 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조합 측이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한 건 공사비 증액 때문이다. 조합은 GS건설과 지난 3월 협상위원회를 열고 공사비를 논의했다. 당시 GS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987만2000원이다. 총공사비로 따지면 약 1조3807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공사비가 너무 비싸다’고 반발하며 3.3㎡당 807만 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몇 차례 회의에서 공사비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GS건설은 그럴 의사가 보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공사비를 얼마까지 줄일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GS건설 측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15년 가계약 때 공사비는 3.3㎡당 549만5000원이었다. 그런데 8년 후 배 가까운 금액을 제시하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재개발 전문가도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도 많아진다. 그러면 일반 분양 평단가도 높아지고, 이로 인해 분양 성적이 나빠지면 조합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GS건설은 제시한 공사비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잿값과 물가가 오른 것도 있지만 일반 아파트보다 초고층 주상복합은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여기에다 가계약 당시 도면과 지금 도면이 완전히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컸다.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향후 계획은 본사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촉진2-1구역 재개발은 지하 5층~지상 69층 5개 동, 아파트 1902가구, 오피스텔 99호실 규모로 진행된다. 지난해 4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고시하고, 같은 해 11월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쳤다. 올해 중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중 고시할 계획이다. 준공과 입주는 2029년 이후로 예정됐다.